안녕하세요, 워커홀릭입니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날씨가 제법 쌀쌀하네요.
4월 15일이 지나서, 이제는 대부분의 석박사 지원 결과가 나왔을 시기가 되었습니다.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결과와 상관없이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롭게 시작하실 분들에게는 응원의 말씀 전합니다. 이제 진짜로 여러분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연재의 글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저도 4월 16일 오후 2시가
되갈 때는 기분이 싱숭생숭 하더라구요.
내가 오퍼를 제대로 수락한 건 맞는지 한번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보기도 하고, 어쩌면 높은 확률로 인생 마지막 입시였겠구나, 잠시 생각에 빠지기도 해봤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년 전의 절실했던 그 마음가짐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유학길에 오르는 게 대수로운 일은 아니니까요. 담백한 글로 여러분들에게 마지막까지 글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내용은, ‘GMAT 영역 별 오답노트 작성법’ 입니다.
GMAT 관련 글은 이전에 적은 글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오게 되어서 조금 민망하네요. 해커스 담당자 분께서 오답노트에 관련한 글을 적어달라고 요청하셨기 때문이 가장 큰데, 벌써 GMAT을 본지 시간이 조금 지나 가물가물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ㅎㅎ
오답 노트를 영역별로 대단하게 만든 건 없어서 비법은 아니지만, 한번 기억을 더듬어 기본적인 내용부터 살펴볼까 합니다. 오답 노트는 이미 그 중요성에 대해 GMAT 두번째 게시물 (링크)에서 언급을 했었는데요. 오답노트가 비단 GMAT 시험에만 유용한 것은 아닐 겁니다. 내가 틀렸던 실수에 대해서 복습하고, 개선하는 작업은 여러분이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죠.
하지만 오답노트 만들기… 은근히 귀찮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제가 오답노트를 쉽게
만드는 법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릴께요.
갑분 수능...?
저는 꽤나 오래 전 수능을 봤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EBS 교재가 수능에 큰 비중을 차지해서, 당시 학생들이 EBS에서 출판한 전 교재를 사서 풀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잘 했던 학생이 아니었구요. 운 좋게 수능 대박이 났습니다. 한 동안 가장 어려운 수능이었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잘 봤어요.
당시, 고득점 비법이 무엇인지 복기를 했던 인터뷰에 저는 단연 오답 노트를 꼽았습니다.
지금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EBS 교재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집을 정말 꼼꼼히 풀었어요. 신기한 것은 수능이 끝났을 때 모든 문제집이 새것과 같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눈으로만 풀면서 노트에 반복해서 풀었기 때문인데, 저는 대신에 형형색색의 색깔 스티커를 샀습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이쁘게(?) 꾸몄습니다.
실수로 틀리면 빨간색, 정말로 몰라서 틀리면 노랑색, 시간이 오래 걸려서 못 푼 거면 파랑색, 틀렸는데 두 번 세 번
틀리면 온갖 색을 표시하면서 계속 틀린 문제들을 다시 풀었어요. 어설프게 알아서 맞춘 것 같으면 특별한
스티커를 붙여놓고... 정말 몇 번을 반복해서 풀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열심히 오답 문제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데이터를 쌓았던 것이죠. 적고 보니 이건 오답 노트보다는 ‘오답 스티커’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네요.
두번째 비법으로는 저만의 정리 노트였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생기면 영어나 외워야 할 개념이 생기면 저만의
노트를 만들어 가위질에 풀칠에..., 저만의 노트를 만들어서 끊임 없이 봤습니다. 점심은 김밥을 먹으면서 한 글자라도 더 보려고 했고, 집에 갈 때는
단어장을 한번이라도 더 훑어봤습니다. 이런 접근은 GMAT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래는 제가 만들어 둔 단어장을 예시로 첨부했습니다. 주로
수학에 대한 단어들이죠? 여러분들도 헷갈릴 수 있는 단어들을 꼭 정리해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어를 몰라서 틀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 단어 하나 때문에, 10~20점이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꼭 정리하시길 바랍니다.
GMAT 수학 고득점 비법
Math 영역은 워낙 많은 분들이 잘하시는 영역이라, 특별한 조언은 없습니다. 하지만, Problem solving과 Data sufficiency 문제별로 나눠서 오답노트를 하지 않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나 드립니다. 저는 단순히 틀리는 순서대로 오답노트를 정리했습니다. 그 이유는 시간을 아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정리하면서 번거로운 분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의사 결정을 했던 것이죠. 게다가 실제 시험장에서 문제가 정리되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저 또한 이런 임의의 순번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수학은 틀리는 순서대로 계속 쌓아갔습니다.
요즘에 컴퓨터 ‘캡쳐 도구’가 워낙 편리해서, 워드에 저만의 오답노트를 계속 쌓아갔습니다. 답은 항상 페이지 맨 밑에 정리하면서, 일정 분량을 풀면 바로 답을 확인할 수 있게끔 했구요. 시간이 지나면서 오답노트 자체가 쌓여갔는데, 더 풀 문제가 없을 시기가 왔을 때 부터 오답노트를 계속 풀었습니다. Math 영역의 경우, 난이도가 워낙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두 번 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린 시절처럼 스티커를 사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틀린 문제들에 따로 표시를 해서 중점적으로 다시 풀었습니다. 반복에 반복을 더해서 계속 시험문제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면서 수학은 50점과 51점을 꾸준하게 안정적으로 풀 수 있었습니다.
GMAT Verbal 영역
그러면 Verbal 영역은 어떻게 접근했냐 궁금하실텐데요.
영문 오답노트의 경우에는 영역별로 나누되, SC, CR로 묶은 이후에는 세부 영역(ex. CR – Infer, Strengthen, Bold...) 별로 정리하지는 않았어요. 수학과 마찬가지로, 시험 문제를 받을 때 순서가 일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SC를 풀고 싶다고 생각하면 SC 문제만 볼 수 있게 문항들을 정리했습니다. 사실 저는 위의 이미지처럼 SC의 오답노트가 많았고,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 오랜 시간 헤맸습니다.
SC의 오답노트에 정리한 문제들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틀린 문제를 맞추기도 하고, 때로는 틀린 문제를 또 틀리기도 했습니다. 대개의 경우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았지만…, 맞고 틀리는 것보다는 내가 완전히 이 문항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오답노트에서 만난 시험 문제를 보게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문항들의 오류들을 찾는 연습을 했습니다. 틀린 것은 시험에 안 나올 것이라는 자기 위로와 함께 정신 승리를 가장 많이 한 영역이 SC 였습니다.
CR의 경우에는 오답노트를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도 되었던 영역이었습니다. 처음 시작을 할 때도, 약 15문제 중에 13~14문제는 맞혔던 영역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답노트는 가장 어려운 문제들만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R의 경우 오답노트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전략 과목이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CR이 효자 과목이었습니다.
하지만, RC의 경우에는 따로 오답노트를 하지 않고, 오답 스티커의 형식으로 접근 했습니다. 문제가 귀하기 때문에 그냥 틀린 문제를 표시해두고 반복해서 푸는 방식을 취했던 것이죠. 어차피 지문을 읽어야 답을 고르고 확인할 수 있는 RC의 문제 특성 상, 틀린 문제들만 푸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다시 문제를 푸는 것이 적합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과목 특성과 본인과의 케미에 맞춰서 어떤 식으로 접근 하고 정리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세요. 늘 말하지만 공부에 왕도는 없기에, 저는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어려워한 SC 문제를 풀다보면 정말 힘들었어요. 익숙하지
않은 영어 단어에, 이렇게 써도 되는지 알쏭달쏭한 표현에, 경제적으로 기술된 답안을 고르면서도 동시에 필수 성분은 생략되서 모호하지도 않아야 하고... 정말 알쏭 달쏭한 문제와
정답을 봐도 해설을 봐도 알기 어려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도 몇 개월을 투자하면서 여러 번 보다보니, 해당 지문이 왜 잘못된 표현인지 판단이 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신다면 분명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들께서 SC는 40초 안에 답을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조금 될 무렵,
RC는 한 문단도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지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을 때 무렵,
가장 자신 있었던 CR도 계속 직관적으로 답을 알 수 없는 문항들을 거듭하게 되었을 때 무렵,
저는 GMAT 고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운도 조금은 따라줬겠지만,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600점대로 시작한" 저는 GMAT이 절대로 만만한 시험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다음 고득점 후기를 여러분이 써주시길 바라봅니다.
제 이야기가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주시는 누군가가 나타나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18일
오후 10시 37분
열 네 번째
글 마침.
- gmat voca(math).xlsx (11.6KB)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