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이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실까요?
예상해 보면 제일 많은 분들은 MBA 를 준비하고 계시는 직장인 분들이 많겠군요... MBA 를 오는 연령이 평균 28세 에서 32세라고 하니... 내년 정도쯤에 각자 MBA 를 찾아 떠나신다고 가정했을때, 지금 읽고 계신 분들이 30대 정도라고 생각 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그냥 젤 간단하게는 제 친구들한테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쓰면 되겠네요
먼저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요새 취업도 힘든데, 좋은 자리라면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가셨을테고, 직장에서도 사원 ~ 대리급이시니까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니실 짬도 안되실 것이고..... 회사 다니시랴, 연애 하시랴, GMAT 점수 따시랴, 에세이 쓰시랴.... 정말 바쁘시겠네요
저도 생각해보니까 MBA 를 가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몇 번의 고비가 있었죠....
가장 큰 고비는 아이가 태어났을때였어요.. 4년차 접어드는 시기였는데, 이제 회사에서 일 좀 시키려고 중요한 프로젝트좀 맡기려고 했던 때고... GMAT 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던 시기라서 Verbal, 저는 특히 SC 가 많이 힘들었었어요.... 알것 같으면서도 풀다 보면 넘 많이 틀리고... 토종으로 영어를 독학으로만 하려다 보니 몇몇 개념은 정말 이해가 안들더라구요. 꾸역꾸역 GMAT 공부하고 있는데, 애기 태어나니까 애기 돌보면서 회사다니고 밤으로 영어책 보려니까 힘들더라구요
아기띠에 애기 메고 재워가면서 단어 외우고... 이게 개고생의 문으로 가는 지름길인줄 그때는 진정 몰랐죠....지금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이 고생은 사서 하지 않았을텐데 ㅋㅋ 암튼 그때 한번 내가 뭔 낙을 누리겠다고 엠비에이냐...그냥 하던 일이나 할까??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한번의 위기는 에세이 쓸 때 찾아 왔습니다. 아마 GMAT 끝내시고 여기까지 오신분들은 그래도 상당히 MBA 에 가까워 지셨겠네요.. 부푼 맘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담을 날이 머지 않으셨습니다. 에세이 쓰기 힘들지 않던가요?? 특히나, 거의 모든 학교에 있는 1번 에세이..... 골 에세이...... 이게 절 그렇게 힘들게 할 줄은 전 GMAT 공부할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었습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고, MBA 가 그 꿈을 위해 왜 필요하냐?
이 질문에 수없이 글을 썼다 지웠다를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이 질문에 그나마 답같은 답을 써내기 까지 한달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저는 해외취업을 목표로 MBA 를 했다고는 하지만, 한발짝 더 생각해 보면, 내가 도대체 인생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이것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 있던 터라,,,, 밖에 나가면 뭔가 다를까 싶어서 해외 취업이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 저에게 1번 에세이는 너무 너무 큰 숙제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 갈때도, 점심먹을때도, 집에 와서 애기랑 놀면서 아내랑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 이야기 나누면서도.... 제 머리속에는 온통 에세이 1번 질문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학교 홈페이지를 뒤져가며, MBA 를 먼저 떠난 블로거들의 글을 뒤져가며, 저는 제 나름의 말도 안되는 (그러나 한달의 고민이 녹아있는) 1번 에세이를 완성시키고, 그 뒤로 Apply 를 하여 합격 소식을 접하게 되고,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자동차를 팔고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아내와 2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MBA 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습니다.
'이서방 이민을 가려고 그러는건가?'
외국으로 떠나는 2살짜리 손자가 눈에 밟히셨는지, 저희 장인어른께서는 저에게 이 말을 조심스럽게 건네시더군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서..... 한 단계 거듭나기 위해서 가는 거니까, 걱정마시라.... 뭐 이런 이야기로 얼버무린 기억이 납니다.
이런 말씀 들어 보셨죠? 'MBA 는 수많은 기회 앞까지 너를 데려다 줄 순 있지만, 그 문을 여는 것은 결국 너 자신일 것이다'
저의 경우에도 틀린 얘기가 아닌게, MBA 에 오니 정말 다양한 애들이 모여 있고, 서로의 욕망과 열정에 서로가 전염이 되어, 그리고 PE, VC, IB, 컨설팅,,,,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가슴 설레는 기회들이 눈 앞에 펼쳐지다 보니,
안 그래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를 저의 머리속은 더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하여 한국의 지속가능 에너지 분야에 일조를 하겠다....... 뭐 이런식으로 지어낸 저의 커리어 골은 온데 간데 찾아 보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도 여기 저기, 남들 좋다는데 이렇게 저렇게 많이 휘둘려 다녔죠
그리고 나서는 초라한 내 모습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저기 있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그 쪽이 아니다 보니.... 네트워킹 한답시고 생전 첨보는 사람 찾아가서 이것 저것 물어보고, 혹시나 좋은 인상 남길수 있을까 싶어 말 한마디에라도 귀 쫑긋 세우고,,,,그러던 나날들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만난 분들이, 지금 제게는 소중한 재산이 되고, 그 분들 보면서 저도 정말 많은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MBA 를 와서 가장 크게 얻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렇게 새롭게 만난 친구들, 선배들일 것 입니다.
졸업 날짜는 다가오고,,,,,30살 넘어서 다시, 그것도 해외에서 취업전선에 나서려니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ㅎㅎ 특히나 작년에 저 공부하는 동안 티비에서는 '미생' 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뭐 케이스 읽고 공부하는 와중에 맥주 따서 마시면서 보는데 뭐 남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 ㅎㅎ
아직 MBA 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 이게 저를 얼마나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건 단순히 인더스트리를 바꾸고, 연봉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진 것 이상을 의미할 것은 분명합니다. 한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골 에세이를 쓰며 시작됐던 이 질문의 터널을 저는 이제 벗어난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1번 에세이를 쓴다면, 내 꿈은 무엇이고, MBA 가 그것을 위해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해 자신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이건 돈을 얼마를 주더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깨달음이기 때문에, 저는 MBA 에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MBA 는 우리에게 기회를 줄 뿐이지, 그 기회를 통해 무언가를 손에 얻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스스로의 무지를 깨닫는데 MBA 는 옆에서 도움을 줄 뿐입니다.
저처럼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MBA 를 그 대안으로 생각하셨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각자의 여행에서 원하시는 것을 얻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