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졸업하네요.
컨디셔널 오퍼를 받은지 43일만에,
영어시험을 다섯 번 치른 후에(토플 2, 아이엘츠 3), 네 번째로 보았던 아이엘츠 성적이 나와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성적은 리스닝 리딩 라이팅 스피킹 순으로 8, 9, 8, 7 종합 8입니다.
시험보는 데만 100만원, 토플
단과(스피킹과 라이팅) 한 달 수강한 게 약 30만원.
차비 식비 교재비 교통비 벌금 기타 등등 더하면 어림잡아 150만원은
썼지 싶네요.
디런 세상…ㅠㅠ
각설하고, 공부 방법 같은 걸 좀 공유해볼까 하고 올려봅니다.
첫째, 리딩.
제가 이전에 GRE 준비를 석 달 정도 했었는데, 그 때 물리도록 외웠던 단어들이 정말 큰 힘이 되더군요. 리딩은
더도 덜도 말고 여태까지 쌓아온 독해 이력 + 단어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어라는게.. 사실 제대로 정확히 알아야 라이팅에도 써먹고 스피킹에도 써먹고 하는 건데, 그렇게 깊고 정확히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그냥 무식하게 외우는 것도 좋다고 봐요. 일단 리딩에서는 해당 단어가 풍기는 대강의 분위기(긍정이냐 부정이냐
등등)만 어렴풋이 기억나도 그냥저냥 도움이 되거든요. Unforget
라는 앱이 있어요(안드로이드/앱스토어 둘 다
있음). 이 앱 이용해서 토플보카 외우면 제법 지루하지 않게 잘 외워집니다. 도움 될 테니 꼭 이용해보세요.
게다가 아이엘츠는 토플과는 달리 “지문 내”에서만 모든 문제가 나옵니다. 토플은… 동의어 찾기 같이 지문과 별 상관 없는 문제도 나오지만요. 따라서
일단 시간 안에 독해가 대강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아이엘츠 리딩이 더 쉽습니다. 용기를 갖고 덤비는
게 중요해요 J
독해력 자체는 많이, 그리고 정확히 읽는 게 중요해요. 전 공부하는 기간 동안 가능하면 2~3일에 한 번 정도는 위키에서
한 꼭지 찾아서 읽었어요(꼭 지켜지진 않았지만 -_-;).
보노보 원숭이의 성생활, 실러캔스가 발견되고 보고된 경위, 16세기 당시 메리 로즈 호의 침몰과 근래의 인양/보존 이야기, 트라팔가 해전, 워털루 전투, 영국
국회의 특징과 연원, 최근 영국의 정치 스캔들, 영국 경제위기와
대처의 극복 등등 뭐 평소에 궁금했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찾아서 사전 찾아가면서 꼼꼼히 보았습니다.
또 아예 구글 뉴스를 홈으로 지정해놓고 크롬 켤 때 마다 대강이라도 뉴스를 보는 것도 좋아요. 시리아 사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데이비드 캐머런은 왜 온갖 욕을
먹고 있는지, 왜 영국 노동당은 은퇴자 연금에서 연료비를 빼자고 주장하는지, 스노든은 무슨 정보를 빼냈기에 이렇게 난리인지 등등. 재밌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속담 외우기도 도움이 좀 됩니다. 속담들이 대개 상당 수준의 문법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둘째, 리스닝
하루 종일 BBC World Service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고
살았어요. 일단 다는 안 들려도 대충 무슨 이야기가 돌아가는지 좀 들리는 게 중요해요. 영국 발음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구요. 요 채널이 좋은 게 일단
음악이 안 나오고, 세계 뉴스가 대부분이라 내용이 흥미롭고, 또
한 2~3시간 간격으로 했던 방송을 또 하고 또 하고 반복합니다. 뉴스가
거기서 거기다 보니^^; 그래서 다른 거 하면서 그냥 계속 틀어놓는 것 만으로도 좀 도움이 될 거에요.
또 TED랑 친해져 보세요. 내용이
아주아주 흥미로운 클립이 많습니다. 영어 자막만 틀어놓고 이것저것 틀어보다 보면 너무 재밌고 감동적인
클립들이 있을 거에요. 그러면 그건 보고 또 보세요. 전
제가 좋아하는 영상들은 10번씩 봤던 것 같아요. 그러면
그 영상 안에서 특히 감명 깊은 부분은 그냥 자연스레 외워집니다. 보카도 많이 줏어갈 수 있고, 표현들도 제법 건지구요. 무엇보다도 귀가 트이고 지식이 늘어납니다. 이게 나중에 다 자양분이 됩니다 ^^ 교육에 관해서라면 Sir Ken Robinson의 강연 세 편이 모두 좋으니 꼭 보세요. 언어학에
관해서는 John Mcwhorter의 texting에 관한
연설도 재밌을 거에요. 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는 Andrew
Solomon의 강연이 매우 훌륭해요. 플러스! 유튜브
채널 중에 TED Ed 라는 채널이 있어요. 이거 꼭 구독하세요. 3~4분 분량의 짧은 영상들인데 대부분 지식습득 + 영어실력 향상에
굉장히 도움됩니다.
셋째, 라이팅
에…..
첫 토플 라이팅 때 30점이 나왔어요. 그래서 전 제가 라이팅을 잘하는 줄로만 알았죠. 그래서 첫 아이엘츠
라이팅 때 별 긴장을 안했는데 막상 점수를 열고 보니 6.5…
…-_-;;;
부문별 7 이상이어야 졸업인데 설마하니 라이팅에서 구멍이 날 줄은
몰랐어요. 충격 또 충격. 지금 생각해보면 전 그냥 토플
라이팅을 잘 했던 거지 라이팅을 잘 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여튼 그 다음 아이엘츠에선 여러 노력
끝에 8을 받게 되었습니다.
먼저, 모델 에세이를 많이 구해서 “반쯤” 외웠어요. 그 방법이, 한
문장을 외워서 워드에 옮겨 치세요. 아마 1분이면 될 겁니다. 그 다음 문장도, 그 다음 문장도 그렇게 외워서 옮기고 외워서 옮기고… 모델 에세이 한 편이 그렇게 길지 않아요. 한 30 문장쯤 되려나? 하여튼 30분이면
이런 방식으로 한 편을 다 옮겨 쓸 수 있습니다. 매일 하세요. 모델
에세이가 더 이상 없다? 했던 거 또 하세요. 한 편을 꼭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욀 필요가 없어요. 이렇게 한 문장씩 외워서 옮기기만 열심히 해도 인상 깊은 표현법이나
문장, 단어들이 은근히 기억 속에 많이 저장됩니다. 이런
것들 것 실전에서 아주 많은 힘이 되어줄 거에요.
Task 1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밴드9급 좋은 에세이들이 많아요.
한 문장씩 외워서 옮기기를 한 20편쯤 하다 보면 대강 무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올
거에요. 특히 그놈의 전치사들… at, by, in, with 같은
것들을 대체 언제 어떤 수치 앞에 써야 할지 좀 막막하잖아요, 이런 것들 운용하는 데 자신감이 많이
생긴답니다.
제가 모델 에세이를 얻은 곳은 http://englishwithyeasir.blogspot.co.uk
인데요, 매우 좋은 사이트이니 꼭 한 번 가보세요. 그
외에도 http://ielts-simon.com/
같이 값진 사이트가 있으니 역시 꼭 가보시길!
또, 앞서 말했듯 BBC를
들으며 국제 정세를 파악하고, 좋아하는 TED 영상을 반복해서
보며 쓸만한 표현을 건지고, 위키를 읽고 했던 것들이 많이 도움이 될 거에요. 제 경우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주어야 할까?”가 Task2 주제였는데, 위키에서
우연찮게 읽었던 영국의 경제 항목, 그리고 구글 뉴스에서 읽었던 “영국
노동당이 은퇴자에 대한 연금에서 연료비를 빼려고 한다”라는 기사가 무지무지 도움이 되었어요.
제목은(제목 꼭 다세요!) “From
the Cradle to the Grave”로 달고,
첫 바디: 영국의 1970년대
경제 위기 때 은퇴자에 대한 연금이 없었다면 북부 잉글랜드의 노동자 계층은 다 굶어 죽었을 것이다.
두 번째 바디: 하지만 보수당 지지층은 이에 반대한다. 젊어서 저축만 열심히 했어도 은퇴한 뒤에 경제적인 문제는 없는데 쟤들은 놀면서 세금도 덜 내고 저축도 없는
애들이 늙어서는 우리가 열심히 벌어서 낸 세금으로 먹고 사니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바디: 나는 보수당 주장에 더 마음이 간다. 세금을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할텐데, 연금으로 다 주는 건 너무 비생산적이다. 노동당조차 최근에는 노년층 연금에서 연료비를 줄여서 다른 곳에 쓴다고 하는데 좋은 일이다. 육아복지에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노년 연금을 줄이면 일부는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1970년대의 경제위기 자체가 방만한 복지정책 때문에 온 것 아닌가?
결론: Give a man a fish, and you feed him a
day; teach a man to fish, and you feed him for a lifetime. 정부의 역할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돈을 주는 게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시민들을 교육시키는 거다. 근면, 저축, 노후대비 등을 열심히 가르친다면 그게 연금보다 나을 거다.
Task2의 경우는 정확하고 유려한 글쓰기도 중요하겠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논리적으로, 응집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계뉴스를 읽고 듣고, 위키를
여기저기 뒤져가며 배경지식을 널리 축적하고, 모델 에세이 옮겨 쓰기를 통해 자주 나올법한 주제들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미리 해둔다면 아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에요.
마지막으로 스피킹,
음............
저 스피킹 잘 못해요 -_-;;
사실 토플 스피킹이 워낙 안 나와서 혹 아이엘츠가 낫지 않을까 하고 옮겨왔거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겐 아이엘츠 스피킹이 훨씬 쉬웠습니다. 몸으로든 눈으로든 입이 못하는 ‘전달’을 좀 도울 수 있잖아요? 토플은 그게 안되서..ㅠ.ㅠ
토플 스피킹을 좀 망치고 나서 느낀 건 “아, 영어가 딸린다기 보다는 말 할 거리가 없어서 문제다” 였습니다. 선생들은 그럴 땐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라고 하는데, 지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한국말로 대화하다가도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려면 약간씩 딜레이가 생기는 걸 아는 분은
아실 거에요. 언어의 구사력이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의 구성력이 발목을 잡는 거죠. 그래서 차라리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훨씬 쉽습니다. 말이
더 잘 나와요. 문제는, 문화적 차이, 기존에 생각해본 적이 없음 등의 이유로 자기 이야기를 꺼낼 때 머뭇거리고 버벅거리 게 되는 거겠죠.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각 잡고 싹 정리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옷차림은? 왜? 바꿀
의향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왜? 좋아하는
식당은? 혹은 식당과 집 밥 중 어느 쪽이 좋으며 그 이유는?
내가 사는 곳은? 만족하나? 장점과
단점은? 미래에는 어떤 곳에서 살고 싶나?
내가 좋아하는 인물은? 유명인 중에선 누구? 내 피붙이 중에선 누구? 친구 중에선 누구? 선생이나 멘토 중에서는 누구? 그 이유는? 처음 만난 곳은? 첫 인상은? 가장
인상 깊었던 이벤트는?
이런 식으로 “나”에 관한
신변잡기를 쭉 정리해봤습니다. 대강 1쪽 정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각각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정리했죠. 우선 우리말로 정리하고, 그 후 영어로 바꿨습니다. 정성 들여서. 고급단어나 문법도 섞어가면서.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A4 십수 장이 되더군요. 그걸
30~40차례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감정이나 제스쳐도 섞어가면서, 될 수 있으면 유머 포인트도 넣어가면서요 ㅎㅎ. 예를 들면 내가
사는 곳은 아파튼데 정말 편리해서 좋다. 단열도 잘 되고 값도 비교적 싸고. 단점이라면 층간 소음이 아주 심하다 윗집 애들이 어찌나 뛰는지 등등. 내
친구 그룹이 9명이다. 대학 1학년 때 만났는데 리더 역할 하는 애가 진짜 웃긴다. 불화가 좀
있어도 걔가 다 웃겨서 풀어준다 등등.
대망의 스피킹 날, 파트 1은
그냥저냥 넘겼습니다. 파트2 때…으… “티비 프로그램이나 영화 중 널 정말 웃게 만들었던 걸 하나
골라서 설명해봐” 였어요. 아… 이건 정말 생각 안 해봤는데 -_-;; 제가 간절한 눈빛으로 “정말 웃긴 걸로만 해야 해요?” “물론.” “하나만 콕 찝어야 해요?” “물론”…. 흠… 음… 그 순간
머리 속을 번개같이 스친 게 봉준호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였습니다. 이게 무려 층간 소음을 견디다 못한 아래 집 남자가 윗집 개를 납치해서.. 죽였나? 여튼 그런 영화죠. 층간소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터라(soundproof 같은 단어들) 여차저차
설명이 되었죠. 그러자 파트3으로 넘어가면서 “유머가 살면서 얼마나 중요한 것 같아? 내가 보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머는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이러더군요. 오호라! 역시 미리 준비했던 걸 말했죠 “내가 친구 그룹(intimate group)이 있는데 9명이다. 대학 1학년 때 만났고. 우리
리더가 진짜 웃긴데 불화가 좀 있어도 걔가 다 웃겨서 풀어주고 중얼중얼 그래서 난 유머는 리더쉽의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그러자 또 묻더군요. “간혹 fake
smile이라도 지으면 사람이 좀 행복해진다고 하는데 난 그게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냐” 아놔 뭐 이런 걸…-_-; 당황하던 찰나 노홍철의 유명한 격언이
생각났습니다. “여러분 웃으세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겁니다!” 아하! 그대로 말했죠. 이런 말이 있는데 난 정말이라고 본다. 실제로 그런 적도 있고 중얼중얼.
여튼 스피킹 실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수 없는 처지에, 위에서처럼
“나”를 중심에 놓고 질문지를 쭉 만든 뒤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영어화하는 작업을 미리 해두면(그리고 그 스크립트를 물리도록 읽어두면)
스피킹 때 정말정말정말정말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꼭 한 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들 열공 하시고 좋은 결과 얻으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