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다녀와서 살 안찌고 한국에서도 이국적인 외모를 유지하고 있을때는
혼자 이것저것 보고 다니고 공부하는 거 좋아하는내게
중매쟁이나 사주쟁니 아줌마들이 달라붙어서
인상이 강하네 매력있네 하면서,
재벌가 미래 신붓감 쳐다보듯이 보는게 너무 싫었다.
물론 나의 직업은 외모가 경쟁력이고, 인맥들또한 내 외모를 지켜주시며
외모를 이용해 더 행복해질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이었다.
그렇게 몸매 이쁘고 외모 이국적인 사람이라 시기와 질투도 많이 받고
시집잘갈거란 말도 많이듣고 동네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미스코리아 대접을 받았었다. 가는곳마다.
헌데, 시간이 지나, 내가 몇가지 일을 포기하고
한국들어오자마자 크게 체형이 변해. 소위 뚱뚱한. 퉁퉁녀가 되고나니
옷을 조금이라도 잘입으면 부유한 집의 대하기 어려운 아가씨.
혹은 못입으면 아줌마. 소리를 들었지만.
어딜가든 나에게 불쾌한 시선을 던지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
언제나 예쁜 외모때문에 상대가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기분나쁨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고 신경써야 했고,
내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관리에 치명적으로 열심히 여야 했다.
그것말고도 여자가 할일은 많잖나.
첨은엔 변한 외모때문에 상심도 많이하고 우울하기도 하고
어떻게 사나 걱정도 많았다. 외모가 중요한 분야에서 일을 하는 나인지라.
곧 살이 빠질거야 빠질거야 하면서도 늘 불안했다.
그러다 너무 시간이 오래지나도 빠지지않는 살을 보며..
살이 쪗다고 똑똑한애가 왜그리되었냐며 혀를 끌끌차는 가족지인분들이나
그래도 넌 예뻐 라고 말해주는 가까운 사람이 없는 현실에 살다보니
포기하게 되더라..
그리고, 어딜가나. 조금 어려운 말을 하면 지적이시네요.
라고 인정하는 사람과 쉬운말을 하면 그래그래 귀여워 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를 보며 이런삶도 있구나 하며 위로 받는다.
외모가 매력적이었을때는, 어려운 말을 하면, 정신과를 가보라고 했고
쉬운말을 하면 까불지 말라 하더라.
나는 수많은 처세공부를 했지만 어떤말을 해도 내 외모로 한국어를 말하면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연예인처럼 말없이 누가 뭐라든 들어주는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처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말조심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상대방이 잘 대해주고, 성격좋은 품성좋은 사람 소리를 들으며
감사의 표시로 밥을 사는 지인에게 섹스하잔 소리를 듣지않고
인연으로 밥 얻어먹는 사람에게 꽃뱀 소리를 듣지않는다.
사람을 많이 만나보니 그렇더라.
그냥 조금 내 몸이 불편한것이 한국에서는 살기 편하더라.
외국에서 지낼때 매력적인 외모 덕분에 항상 환영받고 잘해주던 외국인들과
내 가족처럼 대해주는 이국인들이 그립지만.
지금은, 조금 흉해도, 예쁜옷은 못입어도, 배운여자 처럼 보이는 내 자신이
편안해보인다.
조금 사는 재미가 없고, 하고싶은 일이 점점 줄어드는것은
좋은일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단지, 외모만 보고 나를 상처주려고 달려드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그래서 중년에 좋은 삶을 살고계신분들은 넉넉한 풍채를 지니고 있나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좋은 외모일때는 없던 남자친구나 애인이
현재는 더 가능성이 열려있더라.
감당안되는 예쁜외모를 갖고싶어 나를 정신적으로 지배하려는 남자가 없고,
외모만 믿고 나대는 여자인지 아닌지 테스트해보려는 남자가 없다.
예쁜여자가 예쁜여자답게 열심히 사는 법을 몰랐던 나는
평범하게 열심히 살때, 옆에서 욕하는 사람이 없어 좋다.
좋은 외모일때 외에 내세울게 없는것도 아니었지만.
예쁜여자로써 사랑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져서.
다른것을 더 보고 다른것에 조심할 수 있어서.
편안하다.
그리고, 더는.
다시 예뻐지는 법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