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조기 유학해 줄곧 발군의 공부 실력으로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한국인 A씨(26). 최고 학부, 최고 학과를 나왔다고 자부했지만 미국 취업 시장은 냉혹했다. 어렵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입사했지만 취업비자를 받지 못해 미국 본토 취직은 불가. 호주법인으로 발령을 받았다.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하늘의 별을 따는 수준의 신공(神功)을 발휘했지만 돌아온 것은 원치 않았던 호주 근무였다.
#2. 한국 기업 홍콩법인장을 하며 아이들 교육에 올인한 50대 B지점장. 아이들이 국제학교를 다니며 영어를
자유롭게 쓰는 것만 봐도 흐뭇했던 그는 최근 홍콩 생활을 접고 한국 귀환을 신청했다. 홍콩 교민 사회에서 거듭되는 취업 실패를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 취업 시장에서는 번번이 차이나 애들한테 밀리는 것이 현실이었다. 차이나 청년들 사이에서도 나름 집안 좋고 관시(關係)가 되는 선수들이
취업 전선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어 잘한다고 홍콩 금융회사에 떡 하니 취직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 B지점장은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귀국했다. 2006년 2만9611명에 달했던 조기 유학생이 지난해 1만907명으로 3분의 1 토막 난 것도 같은
이유다.
#3. 전 세계적인 취업난 속에서 국제 취업 미아 신세가 된 한국 청년들이 택한 길이 군대다. 미국 시민권자들도 앞다퉈
군대를 희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카투사나 의경같이 입대 시기가 명확한 쪽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반 사병은 입대 신청하고 하염없이 몇 년
허송세월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군에서 2만명을 조기 입대시키겠다고 했지만 그 이상으로 지원자가 다시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국력 우선의 취업 규칙이 작동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시 확보했던 1만5000개의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가 아직도 발효되지
않고 있다는 점. 미국은 연 8만5000개의 H-1B 비자를 할당하는데 인도, 차이나가 태반을 가져간다.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은 8만7384명,
연 유학비만 23억달러다. 취업 비자 때문에 한국인의 미국 취업 문은 갈수록 바늘구멍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는 이미 1만500개 비자를 확보했고,
싱가포르와 칠레도 각각 5400개와 1400개 취업비자를 우선 배정받았다.
[채경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