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 별로 느낀점을 길게 써볼게요!
------ 어드미션 준비기간 ----
사실 막상 어드미션 시즌이 시작되면 정말 할수 있는건 없습니다. GRE와 SOP정도이죠. 추천서와 학교이름, GPA, 연구 실적은 이미 쌓아왔던것이기에, 뭔가 내가 여기서 바꿀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 수 있는게 없네요... 그렇기에 준비가 많이 필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학부 스펙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국에 있었으면 서울대는 꿈도 못꾸고, 미국에서도 학부졸업 후 바로 지원을 했다면 탑50은 커녕 탑100도 못들어갔을 스펙입니다. 경제 전공도 아니고, 플래그십 주립대, 유명한 사립대도 아니고, 추천서도 1명은 전혀 상관없는 학부 컴싸 조교수님에게 받았습니다. 결국 17곳이라는 엄청난 광탈을 당하며, 웨잇된곳에 거의 마지막날까지 부들부들 떨다가 억셉이 된 케이스여서 꽤나 피말리는 어드미션 시즌이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만족할만한 결과는 얻은 이유는 2년간의 RA경험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제 경험이 도움이 되련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학부를 나오거나 미국에서 석사를 가시려고 하시는분들은 꼭 먼저 풀타임 RA직종을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석사 2년보다 RA 2년이 금전적으로도, 스펙적으로도 훨씬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석사는 1년에 몇만불씩 내지만, RA는 1년에 몇만불씩 받으면서 일하고, 교수님들과 현 박사생들의 조언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인맥을 쌓고, 수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많이 알려져 있는것 같지않아 여기다 끄적여 봅니다.
RA 잡포스팅은 이곳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https://www.nber.org/jobs/nonnberjobs.html
RA를 선발하는 과정에 대해서 적으려면 너무 글이 길어지기에, 궁금하신 분에 한하여 덧글로 최대한 상세히 답해드리겠습니다.
---- 어드미션 과정 ----
어드미션 시즌을 겪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배우게된점/느낀점 적어볼게요. 주관적입니다. 하나의 데이터 포인트로만 받아들여주세요!
0. GRE와 GPA는 negative filter이다. 몇 백명이 몰리는 어드미션에서 교수님들은 당연히 하나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을 상세히 훑어보지 않습니다. 꽤나 많은 디파트먼트에서 엑셀로 모든 지원자의 정보를 다운받은뒤, 행정직원이 학교이름, GPA, GRE점수로 커트라인을 만들어서 몇 배수의 지원자들의 패킷만 애드컴에게 전달을 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후로는 GPA와 GRE, 학교이름이 irrelevant 해지고, 추천서를 누구에게 얼마나 잘 받았느냐가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음 포인트로 이어지네요.
1. 리서치 interest 보다는 리서치 alignment가 중요하다. 일단 에드컴에서 리서치 분야별 혹은 국가/지역별로 학생을 나뉘어 선별을 하는것 같습니다. 학교마다다르겠지만, 리서치 분야별로 나뉜다면 그 분야의 교수들이 추천서들을 헤집어보면서 자신들이 아는 교수의 이름을 찾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경제학계 특성상, 자신의 서브필드의 사람들은 잘 알지만, 자신의 필드 밖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가 개발경제에 관심이 있어서 "개발경제"를 어플리케이션에 써놨지만, 추천서를 거시를 하는교수님들이나, 노동을 하는 교수님들에게 받으면 에드컴이 교수님의 이름을 알아채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정말 뭘 할지 모르시겠는 분들은 추천서 받은 교수님의 필드와 비슷한 필드로 기록 하시면 좋을것 같아요.
2. 교수님들의 소셜 캐피탈도 무시할 수 없다. 시그널링 또한 중요하다. 사실 어느정도 추려지면 모두가 저명한 교수님에게 추천서를 받고, 좋은학교를 나오고, 좋은 성적을 받았고, 괜찮은 연구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남습니다. 그 중에 결국 차이를 가르는게 내 교수님이 나를위해서 다른 학교에 있는 자신의 동료에게 개인적인 이메일을 보내는가, 수화기를 집어들어서 전화를 돌려주는가 인것 같아요. 교수님들의 "인맥" 무시할 수 없는것 같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경제도 이런게 있긴한데, 1년에 2-5명 뽑는 경영은 특히나 내가 오퍼를 주면 이 학생이 올건지를 재면서 최대한 리스크없이 오퍼를 내주려고 하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웨잇에 들거나, 인터뷰를 하고 간당간당 하다고 생각했을때는 정말 1지망인것을 강력하게 교수님과 어필하면 payoff할 것 같네요.
3. 시그널링과,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들의 역량으로 어드미션 시즌에는 idiosyncracy, 노이즈가 많이 줄어든다. 이 모든것을 종합하여, 여러 학교를 비짓하고 제 경우를 봤을때, 한 학교 한 학교를 따지면 노이즈가 많이 들어가지만, 학교그룹군으로 따지면 노이즈가 상당히 줄어드는것 같습니다. Chicago급의 학교는 Northwestern, NYU, Columbia급의 학교와 인재경쟁을 하게되고, 위스콘신급의 학교는 미네소타, UCSD, UCLA, 듀크 , Penn State는 UT Austin, Maryland, 이러한 학교들과 경쟁을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무슨말이냐면, 이 학교군들을 다니는 박사생들의 초이스셋의 평균을 내어보았을때, 사실 variation이 생각보다 크지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것으로 봤을때 "운"이라 함은 개인의 운보단 코호트의 운인것 같습니다. 코호트 fixed effect라고 생각하시면 될것같네요..
물론 랭킹싸움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랭킹에 꽤나 센시티브한 경제학계이기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게 아닐까 싶네요.
---- 학교 결정 과정 ----
다들 아시다시피, 프로그램과의 리서치 "핏", 서브필드의 명성, 이런게 어느정도 중요합니다. 많은 결정들이 다른걸 모두 고려해도 보통 이 2가지의 분야에 따라 이뤄지는것 같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아직 박사프로그램을 시작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게 좋은 결정이다 라고 말하기는 상당히 이르지만, ex-ante로써 조금 counterintuitive한 결정요소들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결국 저는 좋은 잡마켓 페이퍼를 써서, 좋은 곳에 플레이스되는것이 박사과정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은 정말 힘든 과정이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은곳이 대학원이죠...
그래서 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은:
"별 시덥잖은 문제로 안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박사과정을 방해할 요소가 무엇이고 각 요소들에게 내가 어떻게 weight을 매길것인가?" 였습니다.
1. 금전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제학과 특성상 교수는 아니더라도 짱짱한 인더스트리 잡이 보장되는 학과이기에, 탑30안에만 가시면 고연봉의 직종은 보장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기에 Stipend에 대해서 신경쓰지말라는 조언을 종종 들었습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했어요. 박사과정이 근 6년의 마라톤 과정이고, 그것만으로도 힘든 과정인데, 돈에 쪼들리며 스트레스 받기 싫다고 생각했어요. 돈이 중요한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돈이 부족하여 연구에 지장을 미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것은 중요한 팩터라고 생각했기에, 어드밋된 학교들과 네고를 엄청 했습니다. 돈 좀 더 달라고...
2. TA vs. Fellowship 1번과 유사한 포인트에요. 사립대는 학교가 돈이 많아서인지, 학생수가 적어서인지, 둘다여서 인지 TA 요구량이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주립대는 1년차 부터 TA를 시키는게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이게 불평러라고 생각할수도 있으시겠지만, 이 조항 또한 억셉을 받은뒤에 열심히 네고를 해야하는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TA는 사실 유학생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해야하고, 영어로 소통을 하는데 좋은 연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걸 4-5년하는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네요. 한학기 빡세게하고 좋은 레이팅 받아서 CV에 넣은뒤 "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없다"라는 메시지만 주면 TA의 존재가치는 다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 후론 RA를 하면서 교수와 공저를노려보는게 훨씬 가치있는 시간일것 같다고 생각해요. 결론은.. 네고 하세요!
3. 날씨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날씨를 꽤나 타는 사람이에요. 하루에 꼭 햇빛을 조금이라도 봐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산책을 좋아해서 일년에 5-6개월인 겨울인곳, 너무 더워서 밖으로 못나갈 정도인곳은 깊게 생각을 해봐야겠더라구요..
4. 교수진 / 학과 분위기 교수진 중요합니다. 다들 아시겠죠. 하지만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시니어 교수들의 인재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내가 생각했던 교수가 언제더 좋은 오퍼를 받고 떠날지 모르는 마켓이죠. 그래서 오히려 교수진은 많이 보지 않았습니다. 항상 바뀌는게 교수이고, 학교가 그 필드에 애착이 있다면, 떠난교수를 매꿀 비슷한 수준의 교수를 데려올것이기에, 그 학교가 그 필드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또한 경제학과 전체의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3년차 되면 서브필드로 갈라져 그쪽 교수진과 박사생들만 자주 보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서브필드의 분위기를 자세히 주시하는걸 추천드려요. 어드바이징은 얼마나 잘 해주는지, 세미나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피드백을 받을수 있는 기회는 많은지 등... 가족 같은 분위기의 서브필드가 중요한것 같아요.
5. 동료 학생들 Peer effect를 무시하지 못한다는걸 느꼈어요.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다면 힘들지만 전우애(?)같은 느낌으로 첫 1-2년 재밌게 잘 생활할수 있고, 나중에 서브필드로 갈라지더라도 같이 공저를 할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학과 분위기와 비짓데이를 같이 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느끼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플레이스먼트 아직 naive한 저라서 탑5가 아니라면 school effect보다 individual effect가 훨씬 크다고 생각했기에 잡마켓 플레이스먼트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어요. 물론 상관관계가 상당히 크겠지만, 위에서 생각했던 내가 연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인가?를 중점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것은 상당히 주관적인 느낌이기에, 꼭 비짓데이 가보시는걸 추천드려요. 저도 비짓데이를 다녀오고 나서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었고, 후회 없이 결정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었던것 같습니다.
웨잇이 된다면 힘드시겠지만 4월 15일 마지막까지 기다려보시고, 정말 모든 옵션을 dominate 하는 웨잇이 있다면 강력하게 어필하는 이메일을 간간히 보내보시길 권유드려요. 다시 강조하지만 네고도 꼭 하시고..
----
저는 많은 고민 끝에 결국엔 와튼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는 우월한 금전적지원/5년의 펠로쉽과, 와튼의 데이터, 펜의 경제교수진 + 와튼 경영교수진을 아울러서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 한 학년당 5명 클래스이지만 펜의 경제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며 친해질수 있다는 것에 끌렸네요.
경제학 박사과정에 지원하시는 분들, 경영대의 경제과정도 지원해보시길 권유드립니다. 지원할만한 곳으로는 HBS BusEcon, Stanford GSB Econ, Booth Econ, NYU Stern Econ, Wharton BEPP, Michigan Ross BusEcon 등이 있겠네요. 이것에 대해서도 궁금하신게 있으면 덧글로 답변 드리겠습니닷.
여러가지로 많이 도움을 받은 커뮤니티기에, 한국에서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정보들이지만, 최대한 저의 지식과 경험을 자세히 공유하고 갑니다. 그렇기에 저의 신분이 노출 될수도 있지만... 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해요.
다들 무운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