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연초부터 토플, GRE부터 하나씩 쳐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SOP와 포트폴리오를 본격적으로 잡은건 한 8월정도였습니다. 저는 건축이 제가 할 수 있는 행위들 중 가장 재미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더 잘하고 싶다는 확신이 있어 유학을 결심한 것이지만, 막상 저의 정수를 담은 SOP와 포폴을 만들어내자니 그것만으론 부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근데 난 왜 이게 재밌지? 난 뭘 잘하고 싶은 거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이런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나갔던 것 같습니다. 컴퓨터 화면이나 작품집에서 본 건축물을, 건축가의 작업물을 과연 내가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어서, 그 의구심을 해소하고 작업을 시작하고 싶어서 뉴욕과 독일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계속 왜? 왜? 질문을 거듭하면서 저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쁜 일상을 쳐내면서 살아가면서는 하기 힘들었던 내 삶을 좀 멀리서 바라보는,,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떤 글을 쓸지, 포폴을 통해서 저의 어떤 면모가 보이도록 힘을 줄 지 얼추 가닥이 잡혔고 8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멈춰서 돌아보는 시기가 없었다면 퀄리티는 더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완결성은 떨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론이 길었내요,,
SOP 일단은 하버드 GSD의 에세이를 기준으로 글을 준비했고(GSD만 문항이 여러개고, 일반적인 SOP가 아니라 논술에 가까운 문항도 있고 해서), 나머지 학교용 에세이를 쓸 땐 GSD용 글 더미들을 짜집기해서 후루룩 써버렸습니다. GSD용 글은 한 12월 중순에 어느 정도 완성해 놓았으니 포폴 완성도를 높이면서 나머지 학교용 글들도 슬슬 써야지~ 했던건 너무나도 안일했던 생각...이었습니다. 학교들 지원 날짜가 하루 간격으로 1월 첫째주에 다 몰려있고, 포폴과 에세이 포맷이 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원래 계획은 GSD 글 참고해서 학교별 에세이를 다 제대로 쓰는 것이었는데 정말 Literally 짜집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GSD만 논술같은 문항이 있는 줄 알았는데, Yale 마감 한 1주일 전에 Yale도 특수 문항이 있는 걸 발견하고 정말 급하게 아이디에이션 해서 써내려갔습니다. 이런것도 미리미리 체크하시길..! 앗 너무 미리해도 안좋습니다. 저는 6월 기준으로 다 체크해놨는데 9월에 조금씩 바뀌거나 추가되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구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은 체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 고등학생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반장을 했고, 학번 대표, 과 대표까지 했던 저의 리즈시절..을 고려했을 때 저는 사람을 좋아하고, 리더(혹은 벼슬?)가 되면 책임감이 오지는 사람이라는 점 / 남들이 보기엔 선하고 담백하고 깔끔하지만 내면의 광기가 은근히 묻어나오는,,, 알면 알수록 또라X네,,, 요런 점이 저의 정체성 중 큰 부분이고 그것들이 글에서 묻어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 내겐 Facial Expression Detector 같은게 있어서 사람들 감정 잘 파악한다, 웃음을 주는게 좋다, 사람들을 케어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게 어려서부터 좋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리더 자리에 있는 걸 즐겼다~~ [2] 그러다 상경해서 혼자 살면서 좁은 방안에서 건조대랑 밀당 하면서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인지했다~, 그런 시절의 경험들과 함께 건물 앞에서 1)사람은 작고 약한, 영향 받기 쉬운 존재다 + 2)건축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것 > 작은 그룹에서 리더 하는 것 - 이런 식으로 조금 논의를 넓히고 도시 맥락 안에서 이런저런거 하면서 사람들에게 영향 주는거 매력적이잖아ㅋㅎㅋㅎ~~ 이렇게 썰 좀 풀었습니다~ [3]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곳 아니다~ 하면서 썰 좀 풀고 부서지기 쉬운 약한 존재들 대하듯 사람 생각하면서 도시 속에서 사람들 웃음 총량 높이는데 이 한몸 불싸지르고싶다~ 하면서 마무리
요런 맥락으로 담대한 포부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뭔가 답을 적는게 아니다 보니 제 생각이 맞든 틀리든, 제 글을 보는 교수가 이 글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냥 '자기 생각이 강하게 머리에 박혀있는 놈이구나~' 라고 느끼도록 하는게 중요할 것 같다는 결론에 저는 이르렀었고, 아주 주관적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포트폴리오 어쨌든 최종 결과물은 판넬이나 모형이 아닌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페이지들이기에 저는 페이지 편집에 너무 힘을 줬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 작업을 더 직관적이고 더 보기 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에 너무 집중해서 초심(각각의 작업물이 아닌 나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라 생각하고 만들자!)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작업물도, 편집도 제가 했기에 결과적으로 저라는 사람이 보였을테지만, 막판엔 편집 디테일에 매몰되어 전체적인 완결성을 놓친 것 같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인 백그라운드가 생활디자인(시각 좀 다룰 줄 아는) + 실내건축 복수전공이라 포트폴리오의 방향성을 잡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건축 베이스였다면 건축적인 것에 힘을 주었을테고, 아예 비전공자였다면 말랑말랑한 사고를 보여주는 것에 힘을 주었을 것 같은데, 비전공자와 건축 백그라운드 사이에 존재하는 저는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줄 지 확신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실내건축학과에서 백날 도면 치고, 다이어그램 그리고 해봤자 건축베이스 분들의 짬바엔 비비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말랑말랑한 개인 작업들을 추가적으로 했고, 학생때의 작업은 그래도 나 요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많이 손보고 모형 추가적으로 더 만들고 해서 넣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혼자서 하는 개인 작업과 학교 수업의 결과물로써 존재하는 작업은 말랑함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물론 학교수업도 말랑말랑하게 하면 좋지만 저는 그당시엔 그게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네요)합니다. 그래서 개인작업은 포트폴리오에 넣을 때도 과정이나 편집을 좀 더 말랑말랑하고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학생 때 작업은 손을 많이 보긴 했지만 재밌게 전달하기 보다는 더 명확하고 잘 전달되게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결과적으로 개인작업 페이지들과 학생작업 페이지들이 약간은 따로 놀게 된,, 완결성이 살짝 부족해보이는(제 눈에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학생작업도 좀 더 재밌게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내요.
참고로 저는 ㅇㅌㅍ 학원 다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