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게시판에 후기를 올릴 날이 올 줄이야...마지막 포기하는 심정으로 쳤는데 원하는 점수 나와서 글 씁니다.
먼저 백그라운드부터. 수능은 1등급 맞았고 토익은 980점 정도 땁니다. 그 상태에서 기고만장해서 아무것도 공부 안하고 쳤을 때 점수에요.
네. 처참하죠. 리딩이 18점 리스닝이 22점...결국 단어가 부족하다는걸 알 수 있고 스피킹은 토종이라 완전 구리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정하고 해커스 정규 오전 매일반(월-금) 등록해서 두 달 풀로 다녔습니다. 지각 결석 하나도 안했고, 모든 숙제와 스터디 과제와 선생님들이 시키시는거 다 했어요. 같은 반에서도 독종으로 불릴 정도로.
여러분들 궁금해 하시는 것만 추려서 적자면 1)정규 리딩 리스닝책 다 풀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진도 안나간 부분까지 다. 2)해커스 초록책 2달간 6번 돌렸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묻는 분들 계신데, 정규반 다니면 알게 됩니다. 사실 정규반 다닐 정도의 실력(최소 수능 1등급/토익 900이상에 기초 탄탄)이면 초록책 폈을 때 반 정도는 아는 단어고 반은 모르는 단어고 동의어가 잘 연상이 안되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정규반 기준 1달에 책 3번 돌리게끔 지도합니다(어느 반이냐에 따라 다소 차이 있을 수 있음). 해커스 보카 시험지 생성기로 생성해서 시험을 치고요, 동의어랑 한글뜻 보고 나중에 후반가서는 동의어만 시험 쭉 칩니다(양혜미 선생님 방식)
단어 공부할때 무식하게 쓰면서 하지말고 quizlet(무료 어플)쓰세요. 이미지랑 함께 단어 나오고 소리로 읽어주고 하는데 이거 계속 보면서 넘기고 또 넘기고 하며 단어 외우면 엄청 빨리 외워집니다. 글고 자기 전이랑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세요. 그 때가 제일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전환되기 쉬운 때고요, 공부 효율이 아주 높습니다. 제가 오전 정규반 고른 이유 역시 이때가 시험 시간이랑 겹쳐서 그래요. 같은 시간대에 공부하고 같은 시간대에 시험치면 아무래도 기억이 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심리학에서 알려진 공부 방법이에요.
그렇게 두 달을 공부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100 꼭 나온다...이러면서요. 그런데...
정규반 두 달 수강후 첫 결과입니다. 다른건 모르겠는데 리딩이 저렇게 나온게 처음엔 납득이 안 되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 더미가 나와서 시험 시간이 좀 부족했는데, 그래서 뒷부분 문제를 서둘러 풀었던 게 화근인 것 같습니다. 덧붙여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망치면 안된다고 긴장해서 그렇다는 것도 알았고요. 정규반에서 통상 모의고사를 달마다 2번 총 4회 치루는데(2개월 과정) 한 번도 리딩이 25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건 내 점수가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어서. 리스닝은 평소에도 29-30점 나올 정도로 강한 부분이었어서 그렇다 치고, 스피킹은 정말 답이 없었습니다. 차라리 템플릿을 안 외웠으면 말을 안하겠어요. 엄청 외웠단 말이에요. 근데도 저 점수가 나왔죠. 이때부터 뭐가 문제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데요, 의외로 문제가 인토네이션(억양), 스트레스(강세), 포징(쉬면서 말하기)인걸 알았어요.
뭔 소리냐면, 한국말 하듯이 읽지 말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중요 단어는 강조해서 말해가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기가 안 되었던 거죠. 템플릿을 외우냐 안 외우냐의 문제가 아니고요.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어서 그 후로부터 매일같이 말하기 연습을 하게 됩니다. 이미 학기가 시작해버렸기 때문에 학교에서 매일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1과목씩 들었어요.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영어수업을 싫어도 매일 접하게끔 만든거죠. 그렇게 하고 발음 연습을 매일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한국분들 못하는 것 중에 schwa사운드라는게 있어요. 뭐냐면, 묵음처럼 발음되는걸 말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드릴게요.
I've written a book
이 문장 발음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인이 아이브 리튼어북 이렇게 또박또박 말하는데, 실제로는 아잎리트놔붘 이렇게 소리납니다. have('ve)사운드는 거의 나지 않아요. 그리고 리튼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하면 앞에 강세가 들어가서 륕!!!!(은) 이렇게 소리납니다. '은'은 거의 들리지도 않음. a도 마찬가지로 거의 소리 안나고요. 이런 강약과 흐름같은게 있고, 강조해야 할 단어 말을 멈춰야 할 타이밍 등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백날 템플릿 외워봤자 소용없어요. 다른분들 후기도 보세요. 비슷한 말 나와요.
이거 연습하려면 구글에 schwa sound 또는 English pronunciation practice 등으로 검색하면 됩니다. 무료 사이트 엄청 많이 나와요. 이런데서 매일 연습하면 되고요 제가 추천하는 사이트는 https://www,trainyouraccent.com/readings 여기에요. 여기서 apartment rentals, cooking breakfast, clothing 등등 일상생뢀에 자주 쓰이는 토픽들이 있는데요, 듣기 파일이 있어요. 그걸 듣고 최대한 외국인 흉내 내면서 스크립트 신경쓰지 말고 걔가 하는 발음이랑 똑같이 소리나게 신경쓰는 거에요. 그렇게 하면 최소한 스피킹 섹션 1,2 에서 굿이 뜨고 그러면 24점은 나오더라고요(이거 역시 해커스 선생님한테 들었어요. 태스크 1,2 만 잘해도 24는 나온다고). 진짠지 아닌지 점수로 증명드리죠. 여기요.
난생 처음 스피킹에서 24점 나왔습니다. 근데 믿었던 듣기가 23점 나와서 너무 열받았어요. 이날 문제를 기억하는데 렉쳐 쉬웠고 오히려 컨버(대화)가 이상하게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교수랑 학생이랑 그냥 주제없이 잡담같은거 쭉 늘어놓는...순간 당황해서 포인트를 놓친 것 같아요. 라이팅은 통합형에서 디테일 하나를 놓친건지 저 점수가 나왔고요. 너무 분해서 잠이 안오더라고요. 딱 3점이 부족한데...원하는 대학 지원하려면 100점(스피킹/라이팅 22이상)이 필요한데...이뭐...아놔...언제까지 이짓을 하라고! 하면서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딱히 토플 공부를 하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거의 매일 영어로 수업듣고 영어로 말하기를 한 시간 이상 반복했고요(주말에도 했음), 올해 안되면 내년에 하자라는 생각으로 자포자기하며 다음 시험을 치게됩니다. 그리고...
드뎌 원하던 점수가 나왔어요! 따끈한 11/25 시험결과입니다. 리딩 시간관리 딱 되었고 리스닝 남들은 어려웠다는데 저는 무난하게 쳤어요. 왤까요. 정규반 들으면서 최지욱 선생님 시키는거 따라서 정규 리딩책 빨갱이 뒤에 있는 어펜딕스 단어 시험도 스터디 하면서 꼬박꼬박 치뤘기 때문입니다. 혼자 시험 전 간단하게 복습할때도 대부분의 렉쳐 주제에서 전문단어를 알고 있었어요. 이게 진짜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심적 자신감을 엄청나게 키워줍니다. 리딩도 마찬가지에요. 남들 까다롭다고 하는 체온조절하는 동물 관련 지문에서 전 양서류(amphibian), 척추동물(vertebrate) 같은 단어를 알고 있었고 메갈로 폴리스 관련 지문이 나왔을때도 거의 모르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어펜딕스 공부했기 때문이에요. 그냥 이것만으로도 아 괜찮아 나는 이 단어를 알아 이 지문 나에게 안 어려워! 라는 자기 암시가 되면서 진도 쭉쭉 나가집니다. 단, 어펜딕스 공부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이 단어들이 듣기에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네이버 사전같은거 켜고 발음 확인하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거에요.
스피킹은 좀 망친거 같았는데도 그놈의 인토네이션 스트레스 포징 잡은다음 23점 나왔습니다. 저게 망한 점수라고요. 템플릿 추가로 외우고 그딴거 하나도 없었는데도 발음이랑 강세 억양 바꾸고나서 저렇게 되었어요. 이게 토종의 한계인가 싶기도 한데 전 만족합니다.
마지막으로 라이팅은...정규반 다닐 때 스터디 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세 편씩 썼고, 학원 다 다니고 난 다음에는 혼자서 2-3편씩 남이 쓴 모델 에세이 보면서 분석하고 따라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즉, 타이핑 연습을 했다고요. 의외로 이거 중요합니다. 타이핑 속도가 늦거나 오타나면 아무리 잘 써도 소용없어요. 이때도 해커스 선생님이 주신 템플릿 외웠고요(베일리킴 쌤 사랑합니다), 24-25 나오려면 firstly, secondly 이거 말고, to begin with, on top of that, in a nutshell같은 고급진 표현 필요하고, important말고 significant를 쓴다든가 하는 식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같은 단어 반복...피하셔야 하고요. 피할 수 없다면 문장 구조라도 바꿔서(예를 들어 To study English is important 였다면 It is crucial to study English로 구조 살짝 바꾸고 important를 crucial로 바꿔주는 센스) 쓰는게 관건입니다. 글고 듣기 안되면 통합형 버려야 하니 듣기 연습 열심히 하시고요.
참, 듣기 점수 어케 나왔냐고 하시면, 저거 다 최지욱쌤 덕분입니다. 그쌤이 시키시는 연습이 있는데 컨버 대화를 전부 나눈 다음에 구간 반복하면서 입으로 따라하게 훈련시키는...전 그거 한 다음부터 듣기가 집중못해서 떨어진거 빼고는 28점 아래로 내려가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진짜 최지욱쌤 공부방식 짱짱맨입니다.
최대한 제가 했던거 기억해서 적어봤고 모두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해커스 쌤들이 해주신 말인데, 90점에서 정체중이라면 자기 탓이 아니라 시험 운이 나빴을 수도 있어요.
여러번 시험을 봐보는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요.
그리고 긴장하면 나올 점수도 더 안나옵니다. 저 엄청 시끄럽고 성질나는 시험장에서 시험봤는데 목표점수 나왔어요.
심지어 거기 컴터도 꼬져서 제대로 키가 눌러지지 않아 그 영향으로 라이팅이 24나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당황했음. 어퍼스트로피(') 요거가 안 쳐져서 얼마나 빡이 치던지...시간 부족한데 감독관 부를 수도 없고 해서 걍 포기하는 심정으로 썼는데 오히려 목표점수가 나와 주었어요.
덧붙여 제대로 각잡고 본 시험 3번중 2번이 리딩에서 더미가 나왔는데 저처럼 리스닝 점수가 리딩점수보다 높은 사람에겐 리딩보단 리스닝 더미가 나오는게 이득이고 마지막 시험에서 리스닝 더미가 나와줘서 저 점수 달성이 가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성적이 안 나오는게 정말 여러분 탓이 아니라 ETS탓일 수 있어요. 여러분은 상식적으로 1달도 안 되었는데 리스닝 점수가 23에서 30으로 아무 공부도 안하고 그냥 영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 수업 들었다고 상승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난이도에 따라 상승/차감하는 점수가 있어서 저렇게 됐다고밖에 설명이 안 됍니다. 뭔소리냐면요, 저는 리스닝이 어렵게 나오면 나올 수록 성적 따기 유리했어요. 왜냐면 원래 리스닝이 강해서 남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난이도면 상대적으로 점수를 잘 따는게 되니까 점수가 오르고, 반대로 남들도 다 쉽다고 느끼는 난이도면 조금만 멍 때리거나 실수하면 바로 성적이 내려가니 패널티를 받은 거고요.
이런식으로 자기 강한 섹션과 아닌 섹션이 분명 있을 거고요, 그 흐름을 잘 타서 점수따는게 중요한데 그건 시험장 들어갈 때까지 아무도 모르고 운에 가깝기 때문에 여러번 시험을 봐야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정말 한 번에 점수 잘 나오는건 극소수에요. 쫄거나 속상해 하지 마시고, 졸업때까지 다들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질문있음 댓글 주시고, 확인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확인하는대로 최대한 성실히 답변 달아드릴게요. 화이팅!
추가> 아맞다 글고 리딩 꼭 책에 줄긋지 않고 모니터로 보면서 푸는 연습 하세요. 아이패드 같은데 pdf파일 떠서 지문 집어넣고 줄안치고 읽는 연습 하면 매우 도움 됩니다. 꼭 하세요. 책으로만 풀다 시험장 들어가면 망합니다. 진짜요. 경험해보고 드리는 얘기임. 글고 리스닝 리딩 모두 채점만 하고 끝내지 말고 오답노트 만드시고 오답노트에 반드시!! 답의 근거랑 내가 오답을 고른 이유랑 헷갈리는 부분 메모하세요. 그럼 어디가 약한지 유형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