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캘리포니아 소재의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바 시험 합격 당해 1년 간 OPT로, 그 후 H1B 추첨에 성공해 캘리포니아 소재 로펌에서 transaction 쪽 associate으로 2년 정도 더 일하다 국내로 리턴해 FLC/FA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때 저도 LSAT을 준비했었고 치열한 입시, 로스쿨 학업, 그리고 취업 전쟁을 겪은 사람으로서 막막하고 두려울 때 정보 수집 겸 심심풀이 용으로 이 커뮤니티를 자주 들어온 기억이 있어서 여기 계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 내지 정보가 되고자 글을 씁니다.
1. T14 / T20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Bust다?
아마 거의 모든 분들이 이런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 입니다. 본 질문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It depends on the situation"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매우 애매한 대답 송구합니다만 제가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썼습니다.) 저 역시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실제로 미국 로스쿨 진학 후 국내 로펌 인턴, 미국 로펌 summer associate 및 associate으로 실무 경험까지 거치면서 느낀 바가 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 T14/T20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Regional Powerhouse / 장학금)
미국의 로스쿨은 전국구 명성(Global/국내적 명성)을 가진 곳(T14 등) 외에도, 특정 지역에서는 그 못지않게 강력한 네트워크와 취업시장을 자랑하는 ‘리저널 스쿨(Regional Powerhouse)’들이 존재합니다. 예컨대 T14, T20이 아닌 Tier 1 학교 중 SoCal 지역에서 상당 수를 BL에 꽂아넣는 UCI, NorCal 지역에서 나름 알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Hastings, 뉴욕 권역에서 취업에 유리한 Boston College 등이 있습니다.
실례로, 제가 FA로 일한 첫번째 해에 저희 펌에 섬머 인턴으로 오신 분들 중 Non T14 분들 중 한분이 AmLaw 100 내의 빅로 취업에 성공했고, 이런 사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꼭 T14/T20을 고집하다가 과도한 학비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장학금 혜택과 졸업 후 취업 가능성, 학비 대비 ROI 등을 냉정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T14/T20에 붙어도 장학금이 거의 없다면, 중상위권 학교에서 장학금을 듬뿍 받아 학비 부담을 줄이는 전략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 그렇다고 T14/T20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Pre-OCI의 확대, Network, 한국 로펌 리턴 가능성)
미국 로스쿨 시장에서 T14/T20(특히 T14) 출신이 BL에 진출하기 유리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T14 학교 중심으로 진행되는 Pre-OCI(Pre-On-Campus Interview)가 점점 확대되고 있고, 많은 BL이 1L Diversity Associate이나 2L Summer Associate를 선발하는 채용 시즌 자체를 앞당기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통적으로 Non-T14 학교에도 어느 정도 OCI(온캠퍼스 인터뷰) 기회를 열어 두던 로펌들이, 우선적으로 T14 학생들과 빠른 시일 내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위권 학생들(특히 T14 출신)이 원하는 대형 로펌 포지션을 상당수 선점해버려, Non-T14 학생들이 지원할 자리가 줄어드는 구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또한 Network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T14/T20 출신 학생들은 광범위한 동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리 인턴십이나 1L·2L 서머 포지션 정보를 얻고, 추천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특히 상위 스쿨의 동문들은 대형 로펌, Fortune 500 기업, 연방기관 등에 포진해 있어, 이를 통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취업 루트가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어플리케이션이 열리기 1주 내지 며칠 전 미리 applicant에게 연락을 해 resume를 달라고 하고 채용 담당 파트너에게 즉각 꽂아넣어 인맥으로 들어가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즉, OCI에 BL 취업을 노려야 하는 비시민권자 Non-T14 학교 진학자들에게는 안좋은 소식이죠.
마지막으로, 제가 한국 로펌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던 것은 한국 로펌은 미국 로펌보다 학벌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시민권/영주권이 없는 사람이라면 한국 리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로스쿨을 진학해야되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정리하자면, T14/T20에 진학하지 못해도 technically "you are screwed" 혹은 BUST! 상황은 절대 절대 아닙니다. 명백히 BL 취업 가능성은 존재하며, BL에 취업하지 못해도 영주권 스폰을 해주는 regional 소형 펌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T14/20 진학하면 유리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2. Tier 2, 3 학교 진학
만약 본인의 목표가 미국 변호사가 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진학에 투자한 시간과 돈만큼의 output을 내고 싶다면 (예를 들어, 미국 빅로 취업/한국 펌 리턴 후 취업/괜찮은 국내 인하우스 취업) 냉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Tier 2, 3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제 경험 상 비추천드리고 싶습니다.
Tier 2,3 로스쿨 진학이 “절대 실패”라는 뜻은 아니지만, 주류 취업 시장(특히 대형 로펌, 유명 인하우스)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상당히 불리한 시작점에 놓일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외국인 학생이자 비자 스폰서가 필요한 지원자라면, 이 점이 더욱 심화됩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못하나, 제가 봐왔던 수많은 Tier 2 로스쿨 학생들, 특히 제게 취업 고민 상담하던 분들,을 봐왔을 때 너무나 힘든 길을 겪었던 것을 봐서 개인적으로 비추천드리는 것입니다.
미국 로스쿨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큰 심적 투자를 요구합니다. 만약 본인의 목표가 “미국에서 BigLaw 취업 → H1B 후 경력 쌓기 → 한국 귀국 시 대형 로펌/인하우스 취업”과 같은 높은 투자 대비 높은 보상을 노리는 것이라면, Tier 2,3 진학을 재고해보시길 권합니다. 꼭 해당 학교를 가야만 하는 사정(예: 장학금, 지역적 특수성, 개인 인맥 등)이 있지 않다면, 목표에 부합하는 상위권 학교에 도전하거나 다른 대안(LL.M., 특정 전문 분야 커리어 등)을 모색해보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Tax LLM을 NYU나 Georgetown에 진학해 소위 불리는 "학벌 세탁"을 하거나, 정말 각고의 노력을 통해 AICPA를 괌에서 취득하거나 Enrolled Agent를 취득해 어카운팅 펌으로 인하우스 경력을 먼저 쌓아 3-5년 후에 국내 빅로펌 뚫는 것 또한 도전해볼 수 있겠습니다. 경험 상 Tax LLM이 아닌 다른 분야 LLM도 있으나 (International Law 등) Tax LLM이 아니면 큰 의미는 없더군요.
3. 네트워킹 방법
이 부분은 제가 다소 아시안들에게 친화적인 캘리포니아 소재의 로스쿨에서 네트워킹을 한 경험에 베이스해서 말씀드리는 것이니 정답은 아닙니다. 또한, cold emailing은 너무나 흔한 방법이라 굳이 말하진 않겠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드리는 방법은 제가 summer associate 자리를 얻어낸 방법이자 제 선배들도 주로 썼던 방법인 local bar association에서 student volunteer로 일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참석자가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일하면, (1) 변호사 및 스폰서들과 좀 더 ‘함께 일한다’는 느낌으로 교류할 수 있고, (2)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거나 연락처를 교환할 환경이 조성됩니다. 열심히 일하고 친절하게 응대한 모습은 상대방에게 ‘이 학생이 참 성실하고 적극적이구나’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다른 변호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자연적인 기회가 생깁니다.
반면, 교수를 통해 네트워킹을 해 잡을 찾겠다는 것은 비추천드립니다. 경험 상, 학생들 간의 형평성을 위해 교수 개인적으로 네트워킹을 꺼리는 경우도 많고 현직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분들이 대다수이기에 교수를 취업을 위한 main channel로 삼는 것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교수의 research assistant로 일하며 추천서를 받거나 교수와 directed research같은 루트를 통해 law review에 note를 퍼블리시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4. 한동로스쿨 진학
제가 로스쿨 지원 당시부터 핫했던 토픽이자 모든 분들의 발작 버튼? 이기도 한 "한동로스쿨"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본인이 국내에서 취업하고자 한다면 전 개인적으로 하위 Tier 1 학교 혹은 Tier 2 학교보다 좋은 선택이라 보입니다. (한동로스쿨 홍보 목적은 절대 절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리며, 이 부분은 한국 취업에 전적으로 한하는 상황임을 재차 말씀드립니다.)
제가 FLC/FA로 일한지 오래 되진 않았으나, 한동 로스쿨 출신 분들이 winter associate으로 오시는 것을 왕왕 보았습니다. 특히 해당 펌에서 인턴 경력이 없는 candidate을 되도록이면 안뽑으려는 경향이 굉장히 심한 한국 빅로에서는 이런 점이 한국 빅로 취업에서 미국 로스쿨 학생 분들보다 한동 로스쿨 학생 분들이 좀 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해외 로펌 분사무소가 있어 한동 분들이 많이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특히 Arnold Porter, Greenberg Traurig과 같은 펌들이 한동로스쿨 분은 인턴으로 뽑는 걸 보기도 해서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동로스쿨이 ABA인가를 받지 못했다거나, 미국 본토 생활을 해보지 못하는 페널티가 있더라도 엄연히 한동 출신 분들이 한국 빅로에 존재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는 네트워킹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에 방증이기도 하며 at least Contract Attorney로 일할 수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물론 미국 본토에서의 로스쿨 생활 경험이나 ABA 정식 인가의 부재는 미국 취업을 고려할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취업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우선시’ 된다면, 오히려 한동로스쿨의 지리적 이점과 네트워킹·인턴십 기회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나아가, 빅로가 아니더라도 한국 취업의 문이 닫힌 것은 아닙니다. 실례로 국내 대기업 (LG), 국내 중견 펌들 (로고스 등)이 제휴를 통해 인턴을 채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취업을 뚫어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 기재된 사항은 '한국 취업에 한한 상황'이며, 본인이 미국 취업/생활에 조금이라도 뜻이 있다면 한동 로스쿨 진학은 비추천드립니다.
미국 대형 및 중견 로펌, 인하우스, 심지어 Public Interest Firm이나 DA Office는 일단 기본적으로 "Received JD from ABA-accredited law school" 이란 조건을 최소 지원 조건으로 깔고 시작합니다. 미국 현지 취업을 희망한다면, 한동 로스쿨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미국 로펌은 대체로 “미국 변호사협회(ABA) 인가 로스쿨 출신 JD”라는 요건을 가장 기본적인 지원 자격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한동 로스쿨은 ABA 정식 인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바 시험 응시 자격을 직접 충족하기 어렵고, 응시하더라도 고용주(특히 대형 로펌) 입장에서 비인가 학교 출신 지원자를 받아들일 동기가 매우 낮습니다.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한동로스쿨 출신이 미국 DA가 되거나 빅로펌에 취업한다는 것은 (계약직 제외) 정말 무시해도 손해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동로스쿨 졸업생 분들은 한국 취업에 성공해도 (특히 한국 로펌)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는 threshold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단순히 JD equivalent 라는 문제 이상으로, 한국 로펌 내부 문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한국의 대형 로펌이든 중견 로펌이든, 전통적으로 국내 사법시험/로스쿨 출신 또는 미국의 ‘ABA 정식 인가 로스쿨’ 출신 FA를 기본값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한국 로펌들의 billable hour가 무시무시한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빅로에선 T14 출신들이 대부분 일하고 있습니다. 파트너들에게 일을 따와야되는 어쏘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일을 무난히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을 주어야 그들에게 선택받고 billable hour를 채울 수 있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학벌이 낮거나 일전 큰 실수를 저지른 전과가 있다면 그들에게 선택받아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비단 한동로스쿨 출신만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로펌 현장에서 학벌과 레퍼런스, 과거 실적이 매우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무 역량, 커뮤니케이션 능력, 성실한 태도 등으로 “학벌 이상의 가치”를 계속 보여 주어야 합니다. 간단한 문제로 보이나, 이를 평생 지속해야된다고 생각해보시면 미국 로스쿨 JD vs 한동 로스쿨 JD equivalent를 비교했을 때 답은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이상으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맺으며, 이의 제기는 당연히 환영하며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