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학사(국어국문학), 석사(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박사(국어학)를 받고 미국에 왔어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평생 못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 1년 정도 영어 공부 하면서 좀 쉬고, 여행도 다니고 하려고...
아내,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까지 함께 왔습니다. 벌써 3년이 넘었네요.
미국에 오기 전에는 한국에서 7년 정도 서울에 있는 몇몇 대학에서 시간강사, 초빙교수, 연구교수 등으로 일했고
논문은 어문계열이라 KCI 등재지이지만, 현재까지 16편 있습니다. 곧 투고 예정인 논문도 두 편이 있고요.
그래도 한국어교육/국어학 분야에서 가장 인지도 높고 피인용도 높은 학술지에 주로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연구비도 많이 받았고, 책도 출간하고, 한국어교원 1급 자격증도 있는 등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영문 CV만 7쪽 정도 됩니다. 저의 피땀과 바꾼 한 줄 한 줄이에요.
미국에 와서는 미국 대학에 있는 1년짜리 TEFL 과정도 들었고요. (학위 과정은 아닙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있는 미국 공립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과목 교사로 일하고 있고요.
미국 대학에 Guest Spaker로 초정되어 여러 차례 강연도 하고, 저희 교육구와 인근 교육구에서도 교사 대상으로 몇 차례 강연도 하고요.
아내는 미국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인데, 쉽지가 않네요.
몇몇 대학에서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었다가 비자 때문에 나가리가 된 경우도 있고요.
제가 영주권/시민권자가 아니기에 대학으로부터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요즘 한국어로 비자를 주는 대학은 거의 없고요.
그리고 저는 미국 대학원 학위도 없는 데다가 대학에 인맥도 없고 추천인의 힘이 강하지 않아서 그런지 서류 탈락이 너무 잦네요.
솔직히 서류에서는 객관적으로 밀릴 수가 없고, 오히려 적통 한국어교육 전공에 교원 1급에 국어학 베이스에 연구 업적까지 가지고 있는데 말이죠.
한국에서 저와 상대도 안 되던(이런 비교는 좀 그렇지만...) 지인들이 빅네임을 가진 자기 지도교수 추천이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대학에서 정년직 전임은 아니더라도 전임강사나 강의교수 등으로 자리잡는 것을 3년 동안 자주 목격했습니다. 심지어 경력이 일천한 국내 석사 졸업자나 영어도 많이 부족한 자가 동문+지도 교수 파워로 미국에 자리잡는 것도 봤네요. 아내 친구, 동료가 자리잡는 것도 봤고요.
그럴 때마다 정말 현타가 많이 옵니다. 객관적으로 제가 모든 면에서 앞서고, 비교 대상이 되지 않거든요.
제가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저는 지금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리잡기 위해 미국 대학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같더군요.
참 힘듭니다... 허나 어쩌겠습니까.
지원할 때마다 미국에 있는 추천인 3인에게 추천서 부탁하는 것도 참 그렇습니다. 에구...
이상, 언어학 전공 미국 박사 준비하는 사람의 푸념이었습니다.
여기 게시판에 기웃거리는 분들도 다들 열심히 살고 있으실 테지요... 파이팅하십쇼!
건강 잘 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