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21 형제의 나라? 터키 (한국문화원, 한국공원)
한식을 먹은 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차를 마시다.
▲ 한국문화원 건물
한국문화원을 들어가서 여러모로 놀랐습니다. 도서관, 태권도, 공연과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는 대회의실, 중간중간 한국의 문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전시물까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노래방이 있다는 점이 가장 신기했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관련된 과제를 하기 위해서도, 그냥 놀기 위해서도
빈번하게 터키인들이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 박효신의 눈의 꽃을 부르는
교즈메
원칙적으로는 미리 예약을 하고 들어가야 하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양해를 구하고 한 곡 정도는 같이 부를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노래방에서 노래 몇 곡을 불러본 후 1층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이 날은 한국의 전통차를 나누는 행사가 있어 방문객들에게 율무차, 녹차, 현미차 등을 나누어 주고 있었습니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여기에서도 굳이 역사를..)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한국문화원에 들려 차를 마신 후 다음은 어디를 갈까 이야기하던 중 앙카라에 한국공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공원에 가도 되겠느냐고 동의를 구하고 같이 한국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전쟁 때 한국을 위해 싸운 터키 군인들을 위한 장소, 한국공원
앙카라 시내를 걷다 보면 나란히 한국과 터키 국기가 게양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앙카라 한국공원입니다. 터키는 6.25 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군인을 파병하였습니다. 한국공원에 당시 참전한 군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그들을 위한 추도글을 읽어볼 수 있으며 다보탑을 기반으로 제작된 참전 기념탑도 있습니다.
▲ 한국문화에 대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물
친구들도 제대로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는지 사뭇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상 외로 도심 내 작게
마련된 공원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형제의 나라!
사실 터키에 있다 보면 형제라는 말을 참 많이 듣습니다. 중국,
일본, 혹은 다른 아시아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와 규네 코레(South Korea를 터키어로 읽은발음)라고 말할 때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나아가 실제로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 한글로 적혀 있는 한국공원
이렇게 한국인을 향한 환대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한국파병이라는
역사적 사건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최근 유행하는 한국 대중문화 때문에 형성된 한국에 대한 호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류 덕분에 한국어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89년에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개설이 최초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빠른 발전을 이룬 셈입니다.
▲ 다보탑을 모방하여 만든 기념탑
▲ 한국전쟁 개요와 파병 용사 이름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해보자면
형제의 나라라는 표현은 감사한 환대입니다. 게다가 터키에서도 전국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파병한 사례이다 보니 자신의 일가가 파병군인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저 길거리에 마주친 한 터키인의 우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주일에
네 번 뵙는 전공 교수님, 연장신청을 도와준 학교 교직원, 발표를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도 덤덤하게 자신의 일가 중 한 명이 한국 전쟁에 참전하였다고 말해줍니다.
그때마다 항상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말해줍니다. 물론 앙카라에서 같이 동행한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 한국인이 더 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1950년, 냉전, 나토(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 조약기구)가 되어야만 하는 터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이후 세계는 미국, 소련
주도 냉전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때 터키의 국제적 입지가 참으로 애매하였습니다. 모스크바 관련 글에서 밝힌 것처럼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는 것인 오스만 제국의 주요 대외 정책이었습니다. 문제는 러시아를 저지하기 위해 서방세계로 들어가는 일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나토를 결성하여 집단방위체계를 구축하여 소련에 대항합니다. 여기에
터키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오스만 제국 전성기 때 보여준 유럽을 향한 위협, 종교적 이질감, 그리고 터키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터키는 국제적으로 별다른 우군 없이 초강대국 소련에 직면해야만 했습니다. 이 때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터키는 한국전쟁을 자신을 증명하는 기회로 활용, 파격적인 규모의
군대를 신속하게 한국으로 파병하게 됩니다.
냉전 이후, 한국, 어느덧 선진국 문턱으로
▲ 높게 게양된 양국 국기
그리고 이 덕분에 실제로 나토의 일원이 되어 최전선에서 소련에 대항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소련이
붕괴할 동안 한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고, 한국산 제품이 터키에 수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터키인에게는 나토를 위한 수단이었던 한국이, 자신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금, 다시 터키, 한류와 함께 다시 한국에 주목하다.
2000년대부터 한국 드라마, 2010년부터는 K-POP과
함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단순히 잘 사는 사라에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싶은 나라가 됩니다. 실제로 터키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그 관심도 더 진지해지고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도움을 준 적도 있고 도움이
되는 나라이고, 또 관심이 가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에 호감이 형제의 나라라고 표현되는 것입니다.
▲ 앙카라 한국공원을 나오면서 찍은 사진
정리해보자면 한국과 터키를 서로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것 정치적인 명분과 문화적 호감이 이루어 낸 결과물이라 하겠습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지루한 표정과 함께
너무 교수같이 말한다고 하면서도 종종 관심 있게 듣는 터키인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한국인에게도 너무
지루한 이야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