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이었습니다.
이번 학기에서 화요일은 가장 좋아하는 요일입니다.
통계 수업이 있는 날이거든요.
통계 수업을 1시간 30분(을 가장한 2시간 수업) 듣고, 그 이후에 Stata 통계 패키지를 연습하는 시간을 약 두 시간 정도 가집니다.
Stata 세미나 시간은 정말 재미있는 것 같아요.
원래도 컴퓨터 가지고 이리저리 뭘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항상 쓸데 없는 엑셀 파일 같은 걸 만들어서 제 삶을 자동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컴퓨터로 이리저리 만지면서, 친구들이랑 데이터 셋을 정리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하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진짜 수학 열심히 할 걸 그랬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수학만 못하지, 이과형인 것 같은데. 공대생 안 해봐서 그런거겠죠? ^^ 제꺼 열심히 하겠습니다 ㅎㅎ
원래도 좋아하는 화요일이었지만, 이 날은 더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바로 옆 동네 런던정경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에서 진행하는 오픈 강연에 참여하는 날이었거든요.
LSE에 중동 연구소가 유명한데, 이런 이벤트들을 정말 많이 개최하더라구요.
신진 연구자들에게는 자신들 연구 성과를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저 같은 학생들에게는 저명한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직접 들어보고 질문도 해볼 수 있는 기회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런던 생활이 만족스러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LSE와 킹스는 서로 길 건너서 마주 보고 있습니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서로의 캠퍼스(?)를 오갈 수 있죠.
조금만 가면 바로 갈 수 있지만, 지금까지 계속 바빴고, 사실 들어갈 이유도 딱히 없었어서 못 가고 있었는데, 학교 투어를 하기 위한 적당한 핑계가 생긴 것입니다.
LSE 정치학과에 정말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 교수님이 계셔서 한 때는 저 학교에 박사 과정을 하고 싶다,,, 생각했었지만 ,, ㅎㅎ 현재로서는 인샤알라(신이 원하신다면)입니다 ㅎㅎ 물론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겠지만요 ㅋㅋㅋ
강연이 오후 6시에 예정되어 있어서, 저도 한참 길 잃을 거 예상하고 5시 40분 즈음에 LSE에 도착했습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되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 길 하나가 뭔가 느낌탓이겠지만, 좀 많이 다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ㅋㅋ
LSE 학생들은 다들 뭔가 킹스 학생들이랑은 괜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아마 진짜 기분 탓일 것입니다.
제가 도착했을 즈음에 한창 하교 시간인 것 같더라구요. 많은 학생들이 건물들을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역시 한참 길을 헤맸습니다. ㅋㅋ
그러다가 예전에 LSE를 한 번 방문했을 때, 봤었던 거꾸로 된 지구본도 봤습니다.
정식 명칭은 "The World Turned Upside Down"이라고 합니다. 꽤나 직관적인 이름이군요.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아는 지구본을 단순히 뒤집었을 뿐이지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흔히 국제사회에서 남반구의 국가들, Global South 국가들이 경제 및 정치 저발전으로 인해 소외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지구본을 뒤집는 것만으로 그들을 좀 더 주목할 수 있게 됩니다.
저번에 부모님들과 함께 이 곳을 찾기도 했는데, 아버지께서 아프리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니 신기하다는 평을 남기기도 하셨습니다.
과거에는 지구본의 대만 국가명 표기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런 문제에서 빠지지 않는 팔레스타인 역시, 초기 지구본에는 팔레스타인의 국경이 따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아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표시가 되어 있더군요.
제가 예전에 가족들끼리 방문했을 때는 이스라엘 국명이 지워져 있기도 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저 중동 지역 지도가 몇 겹 덫칠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마저 분쟁은 계속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찌어찌 주변 학생들에게 물어서 이번 강연이 개최되는 건물을 찾아갔습니다.
다른 학교 건물이어서 그런지 이름이 입에 익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확실히 저희 학교보다는 조금 더 직관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킹스 같은 경우에는 행사에 참여하는 외부인들에 대해 따로 스티커나 명찰 등을 줘서 구분을 짓던데, LSE의 경우는 따로 그렇게 하지 않더군요.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따로 출입 카드 등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건물만 그랬던 것 같습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건물에 들어가니 이렇게 행사 안내표가 있더군요.
이 날 강연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아스포라들에 대한 것으로 LSE 중동연구소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 강연은 Madawi Al-Rashid LSE 중동연구소 방문교수님의 출간물 "A New Diaspora of Saudi Exiles"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출간물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를 누르시면 PDF를 다운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연 주제가 기본적으로 사우디에서 추방당한 망명자들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시작은 사우디의 이주 역사에 대해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사우디는 다른 걸프 산유국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이주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사우디 로컬들이 이주민으로 가는 것은 보통 많이 상상하지 않는다고 마다위 교수님은 운을 떼셨는데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일부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 건설 노동자로 가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마다위 교수님은 이번 논문을 쓴 이유 중 하나로, 최근 사우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진취적인 개혁 드라이브가 진행 중이고, 유명 축구 선수 영입, 여성 운전 허용, 영화관 운영 등 젊은 세대 친화적인 정책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의 사우디 망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50년대 및 90년대에서 대부분의 추방자들은 공산주의든, 반왕정주의자든, 민족주의자든 이념은 달라도 다 같이 왕권 유지에 불안 요소라는 정치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2011년 아랍의 봄(Arab Spring) 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해외 체류 사우디 국적 망명자들은 아랍민족주의 등으로 이념적으로 집합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에 증가한 해외 체류 사우디 국적 망명자들의 경우 정치적인 동질성보다는 젊은 나이라는 세대적 동질성이 많이 관찰되고, 위험 부담이 많은 물리적 활동보다는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에서 결집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아가, 그에 따라 왕정에서도 대대적인 사회관계망 단속을 암암리에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상으로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