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를 한 번 더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거리적으로도 가깝고, 여기 LSE 중동연구소에서 정말 재미있는 강연들을 많이 준비해서 진짜 자주 갈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주 다니게 되면 학교 지리에도 조금 익숙해지겠죠. ^^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 LSE를 졸업하시기도 하셔서 괜히 우러러보는 학교이기도 합니다.
또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는 장점 중 하나기도 한 것 같아요.
런던에는 좁은 지역에 많은 유명 대학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워낙 상호 간 교류도 많아서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 날은 저와 같은 석사 과정 프로그램을 하는 누나와 함께 동행했는데요.
같이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옆 동네로 넘어갔습니다.
정말 바로 옆이에요 ㅋㅋ
저희 학교에서 큰 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면 러셀 스퀘어가 나오면서 UCL과 SOAS도 있답니다.
런던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 캠퍼스 라이프라고 할 것이 딱히 없어서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했는데, 저는 대학원으로 와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재미있더라구요.
한국에서 학부 때 캠퍼스 라이프라면 찐득하게 해봤기 때문에 ㅋㅋ
이렇게 도심 속에서 살면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우리나라로 치면 "여의도맨"들 되게 많거든요 ㅋㅋ
특히 점심 시간에 나오면 식당에 양복 어른들 줄 서 있는 거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 강연은 LSE Fawcett House라는 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번에 갔던 곳은 출입 카드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 곳은 출입 카드를 사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연 시간에 맞춰서 출입구 앞에서 스태프 한 분이 오늘 행사 참석자들의 명단을 들고서는 기다리고 계시더라구요.
저희 이름을 말씀드리고 입장했습니다.
KCL 같은 경우에는 학생증을 이렇게 목걸이 형태로 지급받는데, "원칙"적으로는 캠퍼스 안을 돌아다닐 때, 항상 이 신분증을 착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교수님, 스태프들도 이렇게 생긴 신분증을 항상 패용하고 다녀야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렇게 해야만 경비팀에서 신분증을 패용하지 않은 사람들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라고 했습니다.
보통 학생증 까먹고 안 들고 오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귀여운 스티커 하나 가슴팍에 붙여서 본인의 신분을 표시합니다.
캠퍼스 내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규칙인 것 같아서 저는 항상 착용하고 돌아다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Fawcett House 중에서도 9층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대충 짐작 가기로는 이 곳 건물 9층에 LSE 중동 연구소가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건물을 들어가니 이렇게 친절하게 행사 장소를 안내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어떻게 강연이 진행되는 장소까지 잘 찾아왔습니다.
LSE를 두 번째로 방문하는 거라 괜히 좀 익숙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ㅋㅋ
오늘 행사는 압델라흐만 아이사(Abdelrahman Ayysah) 미국 센츄리 재단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연구 디렉터와 아므르 엘-아피피(Amr ElAfifi) 미국 프리덤 이니셔티브 연구 매니저의 공동 저서인 "Broken Bonds : The Existential Crisis of Egypt's Muslim Brotherhood"의 출간 기념 토크였습니다.
그리고 사회자로 저희 학교 교수님이신 Jeroen Gunning 교수님이 참여하셨습니다.
다음 주에 Gunning 교수님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했고, ㅎㅎ 그래서 눈도장 찍을 겸, 평소 관심 있었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관련해서 전문가들 인사이트 얻을 겸 갔습니다.
Muslim Brotherhood,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이집트의 하산 알-반나에 의해 설립된 초국가 순니 이슬람주의 단체로 현재 이슬람주의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단체입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법 샤리아에 의해 운영되는 이슬람주의 국가의 설립이 최종 목표인 정치 집단입니다.
2011년, 튀니지 자스민 혁명으로 촉발되어 중동 전역으로 민주화의 물결을 퍼뜨린 아랍의 봄 당시 무슬림형제단은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조직하는 데 영향을 크게 미치기도 했습니다.
이번 강연은 압델라흐만과 아므르가 약 18개월 동안 진행한 대규모의, 또한 매우 내부적인 에스노그라피를 통해 완성한 연구 성과를 논의하는 자리였고, 연구의 출발점은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에서 출발하여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퍼지기는 했지만,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이 그 구심점이 되고 있는가? 나아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자체가 존재론적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가? 라는 문제의식에 있었습니다.
이에 연구자들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이 총 3가지의 측면에서 존재론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습니다.
1. 정체성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 민족주의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의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를 넘어선 초국가적인 단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집트가 여전히 무슬림형제단의 중심이기에는 그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 나아가, 이집트 국민들에게 이슬람주의 정치를 대표해야 하는 것이 무슬림형제단의 최소한의 역할인데, 현재 군부 정권인 엘시시 대통령의 정치적 레토릭을 보면, 그 누구보다 이슬람적인 발언(신이 허락해주신 국가 사업, 신이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루었겠는가? 등등)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마저도 빼앗겼다.
2. 정당성
무슬림형제단은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된 이후, 모르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권력을 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또한 경제 위기 해결 실패와 야당 견제를 목표로 한 대통령 권한의 무모한 확대(일명 파라오 헌법 개헌)로 다시 이집트 국민들에 의해 축출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번 기회가 주어졌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그 정치적 정당성의 구심력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3. 동원력
정치 단체라면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소구력이 있어야 동원을 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이유로 그런 점도 약해졌습니다.
나아가서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 "이슬람주의(Islamism)"라고 하면,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같은 극단적 테러단체들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슬람주의에 대한 건강한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플로어로 질문 기회가 넘어왔을 때, 감사하게 저도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저는
"무슬림형제단의 국가 단위의 후원자, State Sponsor라고 하면 카타르가 떠오른다. 카타르는 서방 및 걸프 국가들로부터 테러 단체로 분류된 무슬림형제단 지원 의혹으로 단교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걸프 국가들과 화해를 하며 무슬림형제단 지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카타르의 무슬림형제단 지원 철회가 현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존재론적 위기를 더하는 요인인가?"
라고 물었고,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무슬림형제단을 운영하는 것에 들어가는 자금에는 그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의 국가에서 비공식적으로 개인 대 개인으로 유입되는 자금 지원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카타르의 공식적인 지원 철회 선언이 정치적으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위기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금전적인 영역에는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도서를 참석자들에 한해서 무료로 나눠줬는데, 인기가 정말 많았는지 영어 버전은 다 가져가고 없더군요 ,,,
그래도 이러려고 아랍어 공부한 것 아니겠습니까? ^^
초심 찾는다 생각하고 다음에 날 잡고 꾸역꾸역 읽어볼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