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즈미르 교환학생]_#19 터키 수도 앙카라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터키 수도 앙카라에 다녀온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앙카라를 가게 된 계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에서 터키에 오기 전 알게 된 친구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을 저에게 소개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앙카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재학하고 있는 교즈메와 함께
또한 그 친구는 한국으로 교환학생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를 찾고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일정을 조율해서 앙카라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이 학기 중에는
바빠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스탄불의 아성과 다채로운 도시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게 보이는
앙카라
사실 앙카라는 이스탄불에 비해 위상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터키 최대도시는 이스탄불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문화유산들과 관광지들은 이스탄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채로운 터키의 각 지역들과 다르게 앙카라는 단조롭고 별다른 특색이 없는 도시로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앙카라에서는 별다른 관광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앙카라에 거주하는 친구들조차 앙카라는 볼 것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터키 공화국을 이해하면 앙카라가 다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카라가 터키의 수도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이 몰락하고 오늘날 터키 공화국이 설립되면서 그 가치가 다시 조명된 도시가 앙카라이기 때문입니다. 이스탄불이 천년의 제국을 상징하는 수도라면, 앙카라는 새롭게 정비된 터키의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 세브르 조약(1920)에 의해 분할된
영토(수업자료 참고)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은 승전국들과 1920년 세브로 조약을 체결합니다. 세브로 조약에 따라 오스만 제국은 사실상 붕괴됩니다. 이 조치에 반발한 터키인들의 의해 터키독립전쟁이 발발, 터키가 승리하여 터키공화국을 설립하고 1923년에 로잔 조약을 체결하여 오늘날 영토를 확보한 것입니다.
▲ 터키독립전쟁(1919-1923) 진행과정(수업자료 참고)
▲ 로잔 조약(1923) 이후 확정된 터키 영토(수업자료 참고)
이때 활약하여 초대 대통령이 된 사람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이며, 앙카라는 터키독립전쟁 때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앙카라 인근 사카리야 강에서 그리스군을 크게 격파하기도 하였고, 사실상 승전국에 의해 점거된 이스탄불과는다르게 당시 독립군이 집결한 곳이 앙카라이기도 했습니다. 터키 독립군의 기지였던 셈입니다.
앙카라가 터키 수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아부르카무르
이 외에도 앙카라가 신생 공화국의 수도로 선정된 이유를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 전성기 때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서 상업과 유통이 활발한 대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제국이 쇠락하면서 이스탄불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어버렸습니다. 터키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도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이 때에는 오스만 제국이 보편 제국, 즉 로마의 후계자를 주창하며 보여주었던 유연한 통치, 실용적 사고관을 상실했기 때문에 제국의 쇠락하였다고 여겨지는 때였습니다. 패배한 제국을 단죄하며 마지막
술탄을 추방하기까지 했던 때였습니다. 이 맥락과 함께 이스탄불 역시 더 이상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영광’이 아니라 ‘청산되어야 할 부끄러운 과거”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외에도 더 과거로 올라가면 1402년 앙카라전투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 4대 술탄인 바지예트 1세가 티무르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포로가 된
후, 오스만 제국은 오랜 시간 동안 내전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터키의 영욕(榮辱)을 모두 간직한 도시가 바로 앙카라입니다.
이제는 동부와 서부를 잇는 중심지
▲ 앙카라 철도역
이제 앙카라는 수도이자 터키 중앙에 위치한 도시로 터키 내륙을 잇는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스탄불까지
3시간 30분 안에 돌파할 수 있는 고속철도를 시작으로 내륙
곳곳으로 뻗어 가나는 고속철도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속버스도 잘 구축되어 있어 앙카라를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터키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습니다.
앙카라에서 4박 5일 동안 머무르면서 저는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앙카라 성, 아느트카부르, 한국 공원, 크즐라이
지구, 그리고 앙카라 한국문화원과 한식당을 방문했습니다. 앞으로
몇 편으로 나누어 앙카라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