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잠비아에서 그동안 같이 여행한 친구들과 헤어지고 며칠간 좀 쉬었답니다.
그리고 같은 방을 쓰게 된 보츠와나 언니들이랑 어울리면서 같이 술도 마시고, 클럽도 가봤어요 아프리카 클럽 ㅋㅋㅋ
시설은 좀 열악하지만 끈적함만큼은 차원이 다른 잠비아 리빙스턴 클럽........
그 언니들은 사업차 휴가차 잠비아에 왔었는데 제가 혼자 있는 걸 보고 저를 끌고다니면서 낯선 사람한테 '헬로' 인사를 시켰는데요, 그렇게 반 강제적으로 안녕 안녕 하다보니 거짓말같이 새로운 짝꿍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숙소에 있던 일본인 할머니를 만나서 아침을 같이 해먹고 (갓뚜기 북어국 + 죽), 할머니가 소개해준 영국에서 온 대학생들도 만나게됐어요. 또 숙소를 막 나서던 한국인 언니도 기적처럼 만났답니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고작 반나절만에요.
할머니는 행선지가 달랐고 대학생들과 한국인 언니는 모두 짐바브웨에 간다고 하셔서, 저도 지나치기만 한 짐바브웨에 다시 가야겠다 결정하고 이 4명의 한 팀과 다시 내려가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잠비아->짐바브웨)
짐바브웨는 '쇼나' 부족이 오랫동안 살았던 땅이예요. 그래서 언어도 영어 다음에 치쇼나어를 씁니다.
12~16세기에 쇼나족이 이 땅에 쌓은 "그레이트 짐바브웨" 석조 성벽이 당시 문명을 말해준답니다. 이건 다음편에 쓸게요.
기후는 고원이기 때문에 연평균 기온이 15도라고 되어있는데, 거대한 돌산이 많고, 주위를 둘러봐도 돌산 돌산 돌산이 많은 나라입니다. 지금도 '쇼나' 조각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해요.
종교도 기독교 계통이 80%가 넘네요.
짐바브웨하면 무가베의 38년 철권통치로 유명하죠. 1980년에 정권을 잡아 올해 2018년에 물러났으니까요! (!)
사진만 보면 아주 힙스터스럽쥬?? 95세 고령의 나이에도 얼마전까지 대통력직을 수행하시던 분입니다
옆에는 약 40세 연하의 (50대 후반) 영부인입니다. 본인의 권력을 영부인에게 이양하려다가 반발에 막혀 올해 여름에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부통령이 권력을 물려 받았답니다. 이 쿠테타 기간에 무가베가 사퇴를 거부할지, 그러 인해 큰 유혈사태가 생기지 않을지, 많은 외신들이 걱정했었어요. 그런데 짐바브웨 정치인들의 셈이 금방 끝났는지, 다행히 큰 유혈사태 없이 마무리 됐답니다.
그렇다면 무가베는 어떤 사람일까요?
무가베 전 대통령도 역시 백인정권에 맞선 구국운동 지도자로서 명성을 날리다가 한 나라의 총리로 정권을 잡았는데요.
짐바브웨는 6-70년대 독립운동 시기를 거쳐 1980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합니다. 사회주의를 채택하면서 북한과도 교류가 많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는 사회주의 나라가 많았고 (현재까지도)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 같아요.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를 잇는 타자라 열차도 북한이 도와서 철도를 깔았고, 몇몇 도시에 세워진 큰 지도자 동상들은 북한에서 만들어줬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교류가 많죠.
북한의 3대 세습은 21세기에 정말 유래없는 세습이죠? 여기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는 무가베는 근 40년을 철처한 탄압으로 국가를 운영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백인들의 농장과 공장을 강제로 뺏어 일부분은 자국민들에게 나눠줬는데 그로인해 외국자본이 빠르게 짐바브웨를 빠져나갔고 (어떤 외국인이 이 나라에서 장사하겠어요..)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면서 화폐가치가 폭락했습니다.
혹시 10억, 100억, 1조, 100조 지폐를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100조 지폐도 한동안 사용됐었는데요, 지금은 아예 짐바브웨 지폐가 안 쓰이고 미국 달러, 유로화 등이 통용화폐로 쓰입니다. 자국 화폐는 종잇조각이나 다름없기때문이예요. 빅토리아 폭포 짐바브웨 국경에는 철 지난 짐바브웨 지폐를 파는삐끼분들이 많거든요, 저도 그 꼬임에 넘어가 기념품으로 한 세트 샀었답니다 ㅎㅎ 한 장에 1$정도로 한 5-6장 사왔어요.
네이버에 [짐바브웨 지폐]를 치면 : 한국에서도 모조 지폐를 이렇게 살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저야 웃으며 기념품으로 사지만.. 이 나라는 얼마나 혼돈이었을까요? 바나나 한 다발이 200억이라고 하니까.. 계란 한판을 사려면 돈을 다발로 싸가지고 가야했다고 합니다.
자국 화폐를 쓸 수 없으니 외부에서 들어오는 달러가 너무너무 귀해요. 실제로 은행에는 돈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길게 서는데 그 날 은행이 문 닫을 때까지 기다려도 돈을 뽑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릅니다. 은행에 돈이 없으니까요.
저도 이 문제 피해자 중 한 명 입니다 ㅠㅠㅠㅠㅠ 이 문제때문에 짐바브웨에서 돈을 하나도 못 뽑아서 친구들에게 계속 돈을 꿔서 생활하고 결국엔 제 여행계획도 다 바꾸고 남아공으로 다시 내려갔답니다 ㅠㅠㅠㅠㅠㅠ
(맨 위에 그림 왼편이 친구들한테 돈 꾼 것 적어놓은 거예요 아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 여행때도 거리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 참 안타까웠습니다.
뭘 사거나 여행 방법을 물어보면 자꾸 흥정하려고 하고 내릴 때 돈을 1-2$ 더 달라고 하는 점이 좀 짜증났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악의적인 사람은 못 만났어요. 게다가 저희 팀 중 영국인 친구 한 명이 지갑을 두고 내렸었는데도!스스로 본인을 동네 '빅 보스' 라고 하던 운전사 아저씨가 그 지갑을 갖다주러 이미 떠난 길을 돌아왔었답니다! 너무 고마워서 사례를 할 만큼 감동받은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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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친구들을 만나서
올라올 때 탔던 밤 기차를 다시 타고 내려간 짐바브웨 불라와요!
군인 아저씨의 (아저씨 아님) 보라색 베레모가 예뻐서 뒷 모습을 몰래 찍었습니다. 혹시 안된다고 할까봐 친구 찍는척 하면서 슬쩍....
아프리카에는 이 '쉬마'를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많더라구요. 나라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다른 '쉬마'는 옥수수나 밀가루 전분으로 만든 떡 같은 질감입니다. 이것을 손으로 떼서 고기양념이나 야채무침이랑 같이 먹어요. 길거리 식당에서 1~2$ 면 저렇게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답니다. (고기가 무척 짬 ㅋㅋㅋㅋㅋ)
불라와요 시내에 있는 큰 근린공원입니다. 공원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사진에도 참 없네요) 그리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것날씨가 산책하기 딱 좋은 7월이었어요.
마트에 들어갔는데 오늘 유치원아이들 현장체험 나온듯?!
너무 귀엽죠, 오늘의 구입목록을 봉지에 담아 계산할 줄을 서고있습니다.
저희 팀도 여기서 초코우유, 쨈, 빵, 햄, 과일 등을 사서 다른 도시 갈 채비를 했고, 나오는 길에 즉석 햄버거를 1$에 팔길래 ㅋㅋㅋㅋㅋㅋ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4개 사왔던 기억이 나네요. 이 마트는 동네에서 크고 번듯한 마트였는데도, 그동안 다녔던 남아공-나미비아-보츠와나 보다는 물가가 더 저렴하게 느껴졌어요.
다음번엔 짐바브웨 유적지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