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특파원 선정된 잠꾸러기입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현재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까지 마쳤고, 내년에 애들레이드대학 교환학생으로 갈 예정입니다. 작년부터 올해 중반까지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는 말수가 좀 적은 편이라 영어가 쉽게 늘지 않아서, (지금도 토플을 보면 스피킹에서 입을 다물고 있기도 합니다. ㅋ)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아무래도 호주 대학을 진학하는 사람들은 영주권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의 학비, 생활비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하여 싸다고 하지만, 호주에 많은 아시아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영주권이 크게 작용하더군요. 제가 처음 도착해서 쉐어를 할 때 마스터로 있던 형이 QUT에서 디플로마 과정에 있었는데,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컴퓨터 관련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일이 너무 고되어 좀 더 여유로운 호주에 오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형 역시 디플로마를 마치면 학사 과정에 입학할 거라고 했는데 지금쯤 기말고사를 치고 있지 않을까 싶군요.
앞의 분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면 그리피스라고 하셨는데, 글쎄요.. 적어도 시드니대학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세계 순위와는 달리 한국에서 호주 학위는 저평가되고 있는데, 그나마 호주하면 시드니가 떠오르듯이 시드니대학 정도가 한국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나 되지 않을까 싶더군요. (시드니대학이 최고라는 말이 아니고, 한국에서 바라보는 호주 대학에 대한 시각이라는 정도) 호주에서 HRM 석사 유학하고 있는 제가 아는 형도 제가 교환학생을 갈 때 맥쿼리 대학을 지원한다고 하니 거기가 어디냐고 하더군요. 적어도 Group of Eight 정도는 되어야 할텐데 University of Western Australia나 University of Adelaide 등은 한국에서 인지도가 아주 낮지요. 애들레이드 대학에 간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게 어디냐는 질문만 계속 듣게 됩니다.
저도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영주권을 취득해볼까 고민을 했고, 그래서 학교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했는데, 학교 다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착에 대한 부담이 생기더군요. 잠시 즐기는 것은 좋지만, 영원히 살기에는 어려울 것만 같은 너무도 익숙한 한국 생활에 대한 향수. 그리고 공식적으로 인종 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소수인종으로서 살아가기에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냥 영어 공부할 겸 교환학생으로 1년만 더 지내보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래도 호주에 끌린다면 대학원을 진학하면 되겠지요^^
우선 호주의 대학 입학은 우리 나라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데, 수능시험 혹은 SAT같은 시험이 없습니다. 호주 현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험을 본다고 하는데, 외국인들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외국 학생들에게도 SAT를 요구하는 미국 대학과도 다르지요.
가장 큰 차이는 당장 대학 입학을 할 수 없더라도 우회로를 거쳐서 입학이 가능하다는 점이 되겠군요.
한국 대학은 지원자 중에서 수능+내신+논술 등으로 정원만큼만 선발하고, 떨어지면 같은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다음 해에 다시 수능 응시 후 재수를 하거나, 다른 학교 입학 후 편입을 시도하는 방법 밖에는 없지요. 일단 외국에서 지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영어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많은 대학에서는 자신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실력이 향상되는 조건으로 입학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의 대학 학제는 기본 3년인데, 입학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하지만 근접하다고 하면 1년간의 파운데이션 과정을 통해서 입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파운데이션 과정을 통하여 대학을 입학하면 4년제나 다름 없게 되므로, IBT를 통한 입학을 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IBT는 토플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식으로 굳이 표현하자면 전문학사 정도의 디플로마를 주는 교육기관이며 교육기간은 약 8개월에서 1년 정도입니다. IBT에서 취득한 학위로 대학에 편입을 하게 되면, 1년간 취득한 학점이 인정이 되어 2학년부터 시작을 하게 되므로 학업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IBT를 통한 편입이 모든 학교에 개설된 것은 아니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몇몇 학교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IBT는 연계학교 캠퍼스에 위치하고 있어서 거의 동일한 공동체라고 해야겠군요. IBT입학 조건은 고등학교 졸업 및 IELTS Overall 5.5~6.0입니다. 그리고 IBT에서 디플로마 과정은 3학기에 대개 1년 정도 소요됩니다.
그 리스트를 보자면
QIBT + Griffith University (Brisbane, QLD)
SIBT + Macquarie University (Sydney, NSW)
MIBT + Deakin University (Melbourne, VIC)
SAIBT +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Adelaide, SA)
PIBT + Edith Cowan University (Perth, 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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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아는 것은 이 정도이군요. 안타깝게도 상위권의 학교들은 아닙니다만 각 학교마다 강한 분야들이 있으니, 해당 분야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더군요. 호주에서는 공식적으로 호주 내 학교 순위를 매기지 않는데, 이는 각 학교들이 가진 특성을 살려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리피스대학은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 쪽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관광 관련학과들이 강세를 보이고, 맥쿼리대학은 회계학을 필두로 한 상경계열이 강세라는군요. 그렇지만 이 IBT체계 덕분에 입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유학원들이 이 학교들을 실제보다 더 부풀려 홍보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제가 그리피스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굿모닝, 바이를 연습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호주로 와서 영어수업을 듣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영어를 공부한 후 QIBT를 통해, 그리피스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경우 영어 공부하는 기간이 대략 6개월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졸업장만 달랑 들고 왔다고 하더라도 영어를 배우는 시간 + 3년이면 입학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개중에는 그리피스라는 학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에이전트들의 권유로만 오는 학생들도 있기도 하고, 자신의 나라에서는 어느 학교에서 학위를 얻든 큰 차이가 없다는 중동학생들도 많습니다. 이런 탓에 이 학교들이 외국인학생들의 비율이 높고, 학위공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만, 그것만을 가지고 전체적인 학문의 질과 대학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겠죠.
다음에 역시 대학 입학에 대해서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를 쓰는 것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도 계실테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군요. 역시 질문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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