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한국과 영국이 수교한지 14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러한 특별한 연도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1월, 우리나라 대통령이 영국에 국빈 방문하는 등 다양한 행사들도 잇따랐습니다.
영국은 북한군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발발된 6.25 전쟁 당시 미국과 더불어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영국군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약 이틀 후인 1950년 6월 29일에 당시 홍콩에 주둔하던 극동함대의 일부를 비롯한 병력들의 한반도 파병을 결정했고, 휴전일인 1953년 7월 27일까지 약 56,000명의 병력을 파병했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영국군 전사자 수는 1,177명으로 영국은 36,516명이 사망한 미군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참전국입니다. 전사자 중 885명은 부산의 UN기념 공원에 안장되어 영면에 들었습니다.
영국군은 육군, 해군, 해병대 병력 등을 직접 파견하면서 한국 전쟁 기간 동안 우리 군과 나란히 북침에 맞서 싸웠음은 물론,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의 당시 영연방 국가들의 한국전쟁 참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또한, 영국군은 1951년 임진강 전투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남하하는 대규모 중공군과 맞서 싸워 서울을 방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영국군은 중공군 3개 사단에 완전히 포위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중공군의 남하를 3일간 저지하며 UN군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습니다.
이처럼 영국군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고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영국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영국 국방성 건물과 템즈 강 사이에 위치한 "빅토리아 임뱅크먼트 가든(Victoria Embankment Garden)"에 영국군 참전 기념비가 세워진 바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도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런던 아이 바로 건너편의 아주 좋은 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희 학교 워털루 캠퍼스에서는 더 가깝더군요.
오랜만에 학교 생활 중에 여유를 찾아서 집까지 걸어가보려고 계획을 했는데, 마침 걸어가는 길에 참전비가 있어서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나와서 보이는 스트랜드(Strand) 거리의 모습입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아주 일반적인 런던 날씨였습니다.
길을 가다가 강변으로 걷기 위해 샛길을 걸어내려갔습니다.
임뱅크먼트 인근에서 템즈 강변을 따라 걸으시다 보면, 런던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형물 하나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널리 "클레오파트라의 바늘"로 불리는 오벨리스크 탑입니다.
이집트 정부로부터 기부 받은 오벨리스크로 다른 오벨리스크들은 뉴욕 등지에 있다고 합니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 보니 화이트홀 가든이 나왔습니다.
이 곳에서 더 걸어가시다보면 영국 국방성 건물이 나옵니다.
이 건물이 영국 국방성 건물입니다.
국방성 건물 뒷 편으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원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공원에 한국전 참전비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 등 영국과 관련 있는 다양한 참전 기념 조형물들이 위치해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전 참전 기념비는 제가 봤을 때,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공원 한 가운데 위치해 있고, 참전비 옆에 서서 템즈 강변을 바라 보면, 정면에 바로 런던 아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군 참전 기념비는 포틀랜드석을 깎아 만든 5.8m 높이의 첨탑 앞에 영국인 조각가 필립 잭슨(Phillip Jackson)이 조각한 영국군 동상이 서 있는 형태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기념비 주변의 일부 바닥재는 한국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경기도 포천시에서 가져온 석재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11월 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을 국빈으로서 방문한 바 있는데, 그 때 당시 이 참전 기념비에 헌화를 했습니다.
12월 초에 찾아갔던 그 날까지도 국빈 방문 날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임뱅크먼트의 영국군 참전 기념비는 2014년 12월 3일,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인 글로스터 공작과 우리 측 윤병세 외교장관의 참석 하에 준공식이 거행된 바 있습니다.
또한, 해당 기념비는 다양한 기업들의 기부 하에 설립되었는데, 이러한 내용들이 참전 기념비 앞에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참전 기념비 첨탑의 4개 면에는 각각 태극기, 영국기, 유엔기, 한반도 지도 등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유엔기기가 장식되어 있는 면에는, 한국 전쟁이 외부 침략에 대한 UN의 첫 공동 대응이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영국기가 장식되어 있는 면에는, 한국 전쟁 참전 영국군 용사들 중 상당수가 제 2차 세계대전 참전 베테랑들이었으며, 이들이 적들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이며, 험난한 산지 지형, 나아가 혹독한 날씨 상황 같은 악재 속에서도 용맹하게 싸웠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참전 기념비 뒷편에는 한반도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독도와 울릉도까지 정확하게 묘사된 훌륭한 지도가 위치해 있습니다.
방문해보시면 느끼시겠지만,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는 화이트홀 가든에 전시되어 있는 기념비들 중 가장 세련되고 눈에 띄며, 이 때문에 일반 관광객들도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어가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템즈 강변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런던 아이 건너편인 점들을 비롯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요충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런던을 방문할 경우 한 번 정도는 들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한국과 영국이 수교한 지 1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쟁에서 함께 싸운 혈맹임은 물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협력하는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입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양국 관계를 기념하여 템즈 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독자 분들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해보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특별한 날, 한국과 영국이 수교한 140주년을 맞이하여, 영국군 참전 기념비를 방문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전쟁 중에 영국군이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노고를 기억하고,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과 우정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머지않아 새해가 밝혀질 것이며, 이 포스팅을 통해 여러분도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두 나라 간의 협력과 우정이 더욱 강화되어, 미래에도 희망과 번영을 함께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