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ry den (안녕하세요) !
체코 프라하에 있는 지구촌특파원 8기 이서입니다.
겨울 내내 조금씩 쏟아지는 흐린 하늘만 보여 우울했었는데, 봄이 되고 여름으로 나아가면서 프라하의 하늘도 맑게 개었어요. 쨍쨍한 햇볕과 청량한 녹색이 기분 좋게 아름답죠?
오늘은 체코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음식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아무리 체코에 왔다고 해도 매일 체코음식만 먹으면 물리잖아요! 오늘 소개해드릴 세계음식은 일식, 지중해 음식, 베트남 음식이에요.
1. 한국에서와는 조금 다른 맛, 일식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제일 좋아했던 음식은 한식도, 양식도 아니고 바로 일식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모츠나베, 초밥, 라멘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일식 덮밥도 자주 먹었고요.
체코에서 일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집 근처인 Andel 역 가까이 있는 일식당을 하나 찾았어요. 구글맵 기준 평점도 높은데다가 라멘, 우동, 소바 등 메뉴도 다양하더라고요.
가게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한식당에 있는 손님들이 대부분 한국인이거나 한국인의 동행인 것에 비해 이곳에는 일본인 대신 체코 현지인이 많은 것 같았어요. 체코에는 일본인이 별로 없는 걸까요? 지나다니면서 한국인이나 베트남인은 정말 많이 보이는데 일본인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럴만한 게, 이 식당은 일본인이 요리하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더라고요. 직원들끼리 대화할 때 쓰는 언어를 들어보니 베트남인들인 것 같았어요.
저는 돈코츠 라멘과 유자맛 맛차 스파클링 음료를 주문했어요. 제가 따로 묻지도 않았는데 직원분이 '덜 짜게 해드릴까요?'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아무래도 체코인들이 짠 음식을 좋아하는지 체코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무지 짠 편이에요. 음식이 짜다고 이야기하는 동양인들이 많았던 걸까요?
돈코츠 라멘은 숙주, 옥수수, 김, 달걀, 멘마, 차슈, 면이 들어가 있었어요. 국물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한국에서 먹는 라멘과는 조금 달라요. 사실 한국에서 일식당을 운영할 때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 K-일식으로 레시피를 조금씩 수정하잖아요. 여기 CZ-일식은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먹는 일식과 맛이 비슷하지는 않아요. 사실상 아예 다른 음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의 라멘과 비슷해서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가끔 라멘을 먹고 싶을 때 발길이 가더라고요.
라멘보다는 함께 주문한 유자맛 맛차 스파클링 음료가 정말 맛있었어요. 원래 말차 맛을 좋아해서인지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이 음료가 자꾸 생각이 나요.
아, 그리고 체코에서 절대 초밥은 드시지 마세요. 체코는 바다와 맞닿아있는 나라가 아니어서 마트에서 구매하는 해산물도 질이 좋지 않고, 초밥은 비싼데다 맛도 지우개 맛(?)이라서 절대 비추해요. 저도 초밥이라면 정말 환장하는데 한국에서 먹으려고 꾹 참고 있답니다.
2. 생소한데 건강한 맛, 지중해식
여러분, 지중해식을 드셔본 적이 있으세요? 저는 체코에 와서 지중해식을 처음 먹어봤어요.
지중해식은 지중해 지역인 키프로스, 크로아티아, 그리스, 모로코 등의 국가에서 조리되고 섭취되는 요리를 통칭하는 말이에요. 일조량이 많은 기후 때문에 채소를 많이 이용한다고 해요.
샥슈카(Shakshouka)가 대표적인 지중해 음식이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요리일 거예요. 북아프리카 지역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포함한 마그레브 지역의 달걀 요리죠. '에그 인 헬'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매운 토마토 소스에 달걀과 마늘, 파프리카 등을 넣어서 먹는 요리죠.
전에 체코에서는 매운 음식을 먹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었죠. 샥슈카가 매운 토마토 달걀 요리라고 해서 오랜만에 매운 음식을 맛볼 겸, 처음 먹어보는 지중해 음식에 도전해볼 겸 집 앞에 있는 '파프리카'라는 식당에 갔어요. 파프리카는 지중해 음식을 판매하는 체인 음식점이더라고요. 프라하에도 몇 군데 있었어요.
샥슈카를 주문했더니 몇 가지 소스와 양배추 샐러드,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안이 파인 납작한 빵이 나왔어요. 아마 샥슈카를 빵 속에 넣어 먹는 것 같았는데, 저는 빵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조금만 뜯어 먹었어요.
샥슈카는 생각했던 맛과 비슷했어요. '에그 인 헬'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에 비해서는 그렇게 맵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요. 토마토 소스를 묻힌 달걀을 떠먹는 느낌이랄까요. 소스도 그렇고 샥슈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간이 삼삼한 편이라 조금 느끼하다고도 느꼈고, 밥이나 면 대신 빵을 먹으려니 밥보다는 간식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3. 프라하 어딜 가도 맛있는, 베트남 음식
체코 내에 가장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 3위가 바로 베트남인이에요. 체코에서 거주하는 베트남인은 6만 명으로, 체코 체류 외국인의 12%를 차지하고 있죠. 그런 만큼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가게도 많고, 어딜 가든 베트남인을 볼 수 있어요.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식당이면 음식이 맛없을 수가 없죠. 한국에서는 베트남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체코에서는 외식할 때 베트남 식당을 제일 많이 가요.
Andel 역 근처에도 베트남 식당이 두세 곳 있어요. 그 중에서도 'Old Hanoi'라는 식당이 유명해요. 음식도 맛있고, 일식이나 한식에 비해 저렴해서 자주 찾게 되는 식당이에요.
쌀국수(Pho)도 물론 맛있지만, 고기와 면을 생선 소스에 찍어먹는 분짜(Bun Cha)와 튀겨낸 스프링롤과 함께 나오는 Bun Nem도 맛있어요! 체코에 오면 한 번쯤은 꼭 베트남 식당에 들러 보세요.
언젠가 한 번 베트남인 친구와 이 식당에 온 적이 있어요. 제가 한식당에서 한국어로 주문하듯이, 이번에는 이 친구가 베트남인 직원에게 베트남어로 주문을 했는데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 곰곰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체코로 이주해서 체코에서 나고 자랐다면 베트남어를 하지 못하는 게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 Pho와 Bun이 무슨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계세요? 저는 메뉴판에 Bun으로 시작하는 음식이 많길래 그 뜻이 궁금해서 이 친구한테 물어봤었어요. 친구가 말하기를 Pho는 우리가 흔히 아는 쌀국수에 들어있는 것처럼 납작한 면을 일컫는 말이고, Bun은 단면이 동그란 스파게티같이 생긴 국수를 뜻하는 말이더라고요.
교환학생을 와서 좋은 점, 그리고 AAU같이 다국적 학교에서 공부하는 장점이 바로 이런 것들인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자라 온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요. 저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갈 예정인 친구들에게 몇 가지 생활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그 친구들은 자기 나라의 언어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줘요. 배고파, 배불러, 같은 생활 베트남어도 몇 개 배웠답니다.
오늘 준비한 체코에서 맛보는 세계음식 칼럼,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그럼 다음 칼럼으로 또 찾아뵐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