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르에서 유럽까지]_#38_스페인 친구와 함께 파에야를!
▲ 떠나기 전 찍은 마지막 사진 클라우디아(맨 왼쪽)
이즈미르경제대학교에서 공부할 때 스페인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국제학생들끼리 마지막으로 식사할 때, 저는 그들에게 제가 곧 바르셀로나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중 나머지 두 명은 바르셀로나에 오면 연락하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연락할 때에는 두 명 중 한 명은 바르셀로나에 없었고, 마지막 한 명은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마치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 기다릴 때 반갑게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으며 꼭 하루를 비우라고 말했던 친구가 바로 클라우디아입니다.
바르셀로나 해안가까지 시속 160km로 달려가기
첫 일정은 가우디 대성당이었고 다음날에는 바르셀로나 해안가와 해양박물관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마지막 날에 클라우디아를 만났습니다. 원래 여행 일정 그대로 글을 쓰는 편이지만 바르셀로나는 예외적으로 클라우디아와 만난 이야기부터 써보고자 합니다.
▲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클라우디아
▲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와 고딕 지구에 있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숙소 근처에서 만난 클라우디아는 굉장히 쾌활해 보였습니다. 직접 차를 끌고 나와준 클라우디아는 제가 진짜로 올 줄 몰랐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해변에 괜찮은 레스토랑을 알아놨다고 말하면서, 우선 바르셀로나 고딕 지구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가 보면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대성당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차에 탔습니다. 30분 정도 이동해서 바르셀로나 해변가에 도착했습니다.
해변에서 점심으로 먹은 파에야
▲ 바르셀로나 해변가
터키, 키프로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사소한 것이지만 크게 배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친구들이 저에게 식당을 안내할 때 보여주었던 예의와 태도입니다. 전반적으로 친구들은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간단하게 설명하며 가격에 대해 자연스럽게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최종적으로 정중하게 혹시 가격이 부담되는지 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제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운 그들의 태도에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덕분에 저 역시 친구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때, 한국의 물가를 기준으로 적재적소에 맞게 식당에 데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하며 클라우디아에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에서 현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관광객이 갈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제가 외국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피타이저 2개와 파에야 2인분을 시켰습니다.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도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던 것이지요.
▲ 주문한 음식
드디어 음식이 나왔습니다. 맛있습니다. 한국에서 해물 요리를 먹은 후 국물을 살짝 많이 넣은 볶음밥 같은 느낌입니다. 매콤한 느낌이 들면서 해물 향이 배어있는 것이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할 맛입니다. 곁들여 나온 오징어 튀김과 조개도 맛있었습니다. 운전해야 하는 클라우디아는 마시지 못했지만, 저는 맥주와 함께 서비스로 준 진(Gin)도 한 잔 마셨습니다.
바르셀로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후, 바르셀로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갔습니다. 자신도 심심하거나 무언가 답답할 때 이곳에서 바르셀로나 전경을 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고 합니다. 터키 이즈미르에서도 해안가를 가는 친구들이 있었고, 저 역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해커스 어학원을 한 번 데려다주기도 했었는데,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 멀리서 본 바르셀로나
문제는 비가 조금씩, 그러나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이 없는 상황에서 마냥 비를 맞을 수는 없어 사진을 서둘러 찍고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클라우디아는 굉장히 피곤해 보였습니다. 시에스타를 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시에스타 없이 유럽여행을 다녔다고?
남유럽과 지중해 일대에서 낮잠을 잔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시에스타라고 부르는지는 몰랐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클라우디아는 정말 놀란 눈치였습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다는 눈치였습니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보고 싶은 것은 많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이었습니다. 저를 만난 날에는 낮잠을 포기하고 저와 함께 오후 4시까지 있었는데, 이미 클라우디아는 피곤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서 돌아가자고 보챈 후, 8시에 만나 저녁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스페인에서는 저녁을 원래 늦게 먹기 때문에 그다지 늦은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 저녁으로 먹은 타파스
저녁으로는 타파스를 먹었습니다. 타파스는 간단한 스페인 요리로 다양한 재료가 쓰일 수 있습니다. 클라우디아가 ‘모든 것이 타파스가 될 수 있어’라고 말한 것처럼, 그 자체는 하나의 에피타이저에 가깝운 간단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여러 개를 시켜 나누어 먹으면 훌륭한 한 끼가 된다고도 합니다. 한국도 주요 요리가 없어도 괜찮은 반찬을 밥과 먹다보면 어느덧 한끼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 교환학생 시기 각자의 경험, 자신의 나라의 상황 등등 저에게 많이 질문했습니다. 클라우디아는 굉장히 쾌활합니다. 아버지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어머니가 스페인 사람이라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어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참 많습니다. 사실 저도 많이 질문했는데, 유럽을 둘러보며 가장 많이 자극받고 부러웠던 부분이 바로 클라우디아처럼 다양한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으로 헤어지기 전에
어느덧 10시가 되었습니다. (만난 날 기준으로)다음날 저는 파리로 떠나야 합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사실 마트에서 산 음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스페인 음식을 먹고 있다고 말하니 클라우디아가 no!라고 말하며 진짜 스페인 음식을 보여주겠다고 살짝 혼난 적이 있었는데요. 덕분에 점심과 저녁을 근사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교환학생을 가서 친구를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만난 친구에게 환대받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덤덤하게 일정을 조율하며 안부 차 건넨 인사가 이렇게 따뜻한 환대로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전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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