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도착한 지도 어언 2개월이 지났습니다.
머리가 많이 덥수룩해져 앞머리가 눈을 찌르기 시작해서 이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아무 바버샵을 찾아 갔었는데, 이번에 뉴몰든을 방문해보기도 했고 그래서 한 번 영국 내 최대 한인촌인 뉴몰든의 한인 미용실을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일요일에 당일 예약을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잘 없었다는 것.
제가 사는 곳에서 뉴 몰든은 기차 한 번에 갈 수 있기는 하지만, 30분 정도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약이 가능한 곳을 최대한 찾으려고 했습니다.
웹사이트로만 예약을 받는 곳도 있었고, 전화를 안 받는 곳도 있어서 인터넷에서 계속 발품을 팔았습니다.
조금 미리 생각을 하고 계획을 했다면 더 많은 선택지들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
그래도 그 중 하나의 한인 미용실과 연락이 닿았고, 예약 시간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예약 컨펌을 받고, 바로 뉴 몰든으로 향했습니다.
뉴몰든은 영국 그레이터 런던의 킹스턴 어폰 뎀스(Kingston upon Thanmes) 지역에 속하는 지역으로, 영국에 있는 대표적인 한인촌입니다. 이 곳에 한국인들이 많이 정착하게 된 것은 예전에 주영 한국 대사관이 이 곳에 위치해서였다고 합니다.
한편, 뉴몰든에는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탈북민 및 재중동포(조선족) 출신들도 상당 수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뉴몰든 지역에는 한인이 약 2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고, 탈북민들은 약 600여 명 정도라고 합니다.
영국이 비교적 탈북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관대하여, 많은 탈북민들이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탈북민 출신 정치인 태영호 의원의 말에 따르면, 단위 면적 당 탈북민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 뉴몰든 지역이라고도 합니다.
확실히 영국에서는 티모시 조와 같은 탈북민 출신 정치인이 나올 정도로, 탈북민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Vauxhall에서 South Western Railway를 타고 약 30 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니 뉴 몰든에 도착했습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뉴몰든 방문을 보기 위해서 이 곳을 방문한 것 이후로 총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국왕 방문 당시에는 나름 어수선한 분위기라서 동네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뉴몰든의 하이 스트리트를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찰스 국왕 방문 당시에도 갑자기 비둘기 떼가 일제히 비행을 해서, 이거 의도한 것인가? 의도한 것이면 정말 너무 멋진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원래 여기서는 비둘기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잘 나나 봅니다.
찰스 국왕이 탄 차량이 떠날 즈음에 비둘기들이 일제히 비행을 해서 정말 웅장한 모습이 연출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찰스 국왕이 감리교 교회 다음으로 방문했던 빙수 가게입니다.
원래도 잘 되는 집이라고 들었는데, 찰스 국왕이 방문한 이후로 로얄 빙수집으로 거듭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게 내부에 인생네컷이 있는데, 찰스 국왕이 찍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그렇게 해서 딱 찰스 국왕 필터 하나 만들어서 찍을 수 있게 했으면, 정말 엠지하고 좋았을텐데 기획 단계에서 이 아이디어가 반영이 되지 못한 것이 참 아쉬웠습니다.
미용실 예약 시간보다 한 30분 정도 빨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가 계속 확장되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일단 행정 구역 상 런던이라고 해도 조금만 이동해도 정말 다른 분위기의 풍경이 보이는 것이 참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습니다.
센트럴에서는 중세와 현대 건물의 집합, 시티 오브 런던에서는 6시 이후 유령 도시가 되는 빌딩숲, 이렇게 외곽에서는 여느 잉글랜드 동네와 같은 모습을 풍기는,,, 정말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는 서울 플라자라는 한국 마트가 있습니다.
요즘 영국에서는 한국의 냉동김밥이 인기라고 하더라구요.
찾았을 당시에는 11월 달이어서 빼빼로 데이 분위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먹었던 간식인데, 여기서도 챙기는 것을 보니 신기했습니다.
근데 영국에서는 11월 11일 빼빼로 데이 마케팅이 조금 애매한 것이, 영국에서 이 날은 1차 세계 대전 종료인 Rememberance Day로 영령 기념일입니다. 우리로 치면 현충일인 느낌?이죠.
현충일 같이 엄숙한 시기에 숫자가 빼빼로랑 닮았다는 가벼운 이유로 빼빼로 데이를 추진하기에는,,, 오히려 마케팅적으로 악수일 가능성이 농후하죠. 그래도 서울 플라자에서는 하더군요. 저 같은 과몰입러는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외국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면 이런 류의 상품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이른바 유사 국산 상품들.
양질의 원자재와 넘버원 정통한국맛이라. 직관적이라 오히려 와닿는 문구이기는 합니다.
이집트에서도 이런 비슷한 것들을 많이 봤는데, 마치 구글 번역기로 포장재를 장식한?
이런 것들을 볼 때 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제가 방문한 미용실은 보꼬 헤어란 곳이었습니다.
£15 정도에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고, 사장님과 한국말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결제는 눈치 껏 계좌 이체로 해드렸습니다. 현금은 정말 들고 다닐 일이 없어서 사실 영국 생활하면서 본 적도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마트에서 쇼핑할 때 카트에 동전 넣어야 하는데, 이것마저 없어서 장바구니를 계속 들고다니는게 좀 불편하긴 합니다. 혹시 카트에 사용하는 동전이 몇 파운드 짜리인지 아시는 독자님이 계시면, 그것만 어떻게 만들어서 들고 다니려고 합니다.
내부는 이랬습니다.
저는 만족했습니다. 어차피 남자 머리 일주일 뒤면 다 똑같고, 15 파운드면 정말 가격은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인 미용실들도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에는 다른 미용실도 이용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만족했는데, 제 친구 ㄹ은 별로 만족하지 않아하더군요.
옆머리가 어떻다느니, 균형이 맞지 않다느니. 틀린 말은 아니긴 하고, 또 그런 피드백은 곧잘 수용하는 편이라 대안을 물었습니다. 다음에는 Kurdish 바버를 가라고 하더군요. 쿠르드족 분들이 정말 그냥 말 그대로 모든 모질이 있어서 쿠르드 바버들이 가장 잘 한다구요.
다음에는 쿠르드 바버 리뷰를 써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