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번째. 과테말라 시티, 그리고 코반.
안티구아에서 머물렀던 일주일 이후
사실 나는 다시 파나하첼로 향했다.
겨우 파나하첼을 떠나놓고 다시 돌아가는 나를 보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던 스테판..ㅋㅋ
나는 그렇게 고집이 셌고, 그저 돌아가서 사람들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돌아가게 되었다.
돌아간 파나하첼에서는 사실 오래 머물지 못했다.
3일 정도를 있었는데 그 동안 친해졌던 커피집 오빠들이
수도인 과테말라 시티에 갈일이 있다며
끈끈이 마냥 마을에 붙어있던 나를 겨우 구원해 주었다.ㅋㅋ
과테말라 시티는 과테말라의 수도로 안티구아가 지진에의해 큰 피해를 입어
새롭게 건설된 도시이다.
역시나 수도여서 그런지, 큰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정말 많았고
파나하첼에서만 있던 내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럭셔리한 모습의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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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 시티의 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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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티에서는 현지 교포 가족의 도움으로 하룻밤을 묵었지만
오빠들의 일정에 맞추느라 따로 구경할 기회는 없었다.
그렇게 한 교포 부부가 초대해 준 저녁식사를 했던 광장.
서울 못지 않게 럭셔리한 분위기에 새삼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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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자리잡고 있던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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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과테말라가 맞는지..
하룻밤 5불도 안하던 숙소에서만 지내던 나에게 사치스러운 모습의 수도는 또 다른 경험이였다.
과테말라 시티를 하루 다녀오고,
파나하첼 사람들과도 인사를 마치고
나는 드디어 새로운 도시로 (홀로) 떠났다.
과테말라 북부에 위치한 코반. [Coban]
커피로도 유명한 코반은 사실 관광객들이 계곡으로 유명한 세묵참페이로
가는 도중 잠깐 들리는 곳이다.
세묵참페이행 벤을 탔지만 코반에서 내리는 여행자는 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홀로 보낸 이틀은 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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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하첼발 코발행 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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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벨리스로 빠질까 고민했던 흔적.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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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마지막까지 과테말라에 함께 있었던 독일 친구 스테판은
과테말라 이후 벨리스로 가겠다고 했다.
나는 물가가 비싸다고 들은 벨리스로 갈 계획이나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같이 가보는게 어떻겠냐던 그의 물음에
저렇게 벤 시간도 알아보고, 나름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역시 아무 정보도 없이 도착했던 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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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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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던 날 저녁, 비가 세차게 내렸다.
숙소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찾은 카페에서 커피를 먹고 나오던 참에
비가 오는 걸 발견했지만
어두워질 무렵이였기 때문에 기다릴 수 없었고
결국 비를 쫄딱 맞은 채 숙소로 돌아왔다.
애석하게도 관광객이 많이 없는 코반은 호스텔이 없어
혼자 2인실을 써야만 했다.
더구나 숙소는 텅 비어있어 차가운 방이 어찌나 더 차게 느껴졌는지.
비에 젖어 돌아온 내 꼴을 보고 괜히 눈물이 났던 기억이..ㅋㅋ
아마 진짜 혼자가 된 것에 무서웠던 것 같다.
그런데 다음날, 나는 또 다른 기분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작은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
여행객이라고는 없는 작은 마을에서 홀로 돌아다니던 동양인 여자애가 불쌍해 보였는지
혼자 밥을 시키니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고,
잘 먹었다고 인사하니 꽉 안아주시고..ㅎㅎ
다음날 또 갔더니 정말 반가워 해주셔서
이틀동안 먹었던 점심시간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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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
점심시간에만 여신다고 했던 아주머니의 작은 식당.
사실 집안의 부엌을 약간 넓혀 만든 아주 작은 식당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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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아주머니랑.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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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스페인어로 소통하던 나였지만
이제 코반을 떠난다는 말을 들은 아주머니께서 눈물을 흘리셨다.
잘은 모르겠지만, 혼자 지내시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손녀마냥 반가우셨던 걸까 ㅎㅎ
비에 젖고 얘기할 사람 하나 없던 코반에서 기억에 남는 따듯한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