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한 영국 상황
최근 갑작스럽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무장정파)의 갈등 상황 때문에 중동을 공부하는 제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요즘 영국의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제 주변의 상황을 보면 최근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의 사태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외국인 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중동에서의 갈등 사태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영향을 받은 친구들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위와 같은 공문을 보내고 있죠.
교내 게시판입니다. 가자 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단행하고, 이스라엘 국민들을 인질로 납치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하셨을 겁니다.
이스라엘도 가만히 있지 않고 가자 지구에 대응 폭격을 했습니다. 나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에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양 측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더 많은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훨씬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처단하기 위해 가자 지구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면, 수 많은 무고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에, 팔레스타인 해방에 대한 목소리도 영국 내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런던 중심에서 대규모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영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양분되어 있습니다. 아마 전 세계가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어떠한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게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1. 이번 사태는 하마스가 "이슬람"이고 이스라엘이 "유대교"라 발생하는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적인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 2. 행위자들 간의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쉽게 말해 둘 다 잘 못했고 피해는 오롯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몫이다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대중강연 예매하기
런던 생활 중 가장 만족하는 것이 이런 대중 강연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책, 논문, 유튜브로만 보던 학자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놓치기 싫은 기회입니다.
또한, 보통 이러한 학술 행사들은 대규모 컨퍼런스가 아닌 이상 무료입니다.
교내에서 하는 학술 행사의 경우에는 교내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할 수 있습니다.
교외에서 하는 경우에 다양한 이벤트 웹사이트를 이용해 참가할 수 있는데, 저는 보통 eventbrite라는 사이트를 통해 근처에서 하는 학술 행사들을 찾아봅니다.
# 아비 슐라임 교수님 강연
학부 시절 중동 지역학 강의에서 사용했던 교재에서 아비 슐라임 교수님의 챕터를 읽었습니다.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던 분이었는데, 저희 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SOAS 근처에서 강연을 하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로 예매를 하고 그 날을 기다렸습니다.
강연은 오후 6시 30분에 예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오후 6시까지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던 날이었어요. 그래서 오후 6시까지 세미나에 참여하고, 저녁은 스킵. 바로 30분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UCL, SOAS, 버벡 대학 등이랑 인접한 러셀 스퀘어를 통과했습니다. 늦지 않으려고 사실상 뜀걸음으로 갔던 거 같아요.
행사 장소는 Senate House라는 곳이었는데, 정말 한참을 헤맸던 것 같습니다.
엄한 버벡 대학교도 한 번 들어가보고
SOAS 건물에도 들어가서 물어봤습니다. ^^
정말 겨우 물어 물어 찾아간 Senate House ,,,
정말 큰 건물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중동 관련 유명 언론인 Middle East Monitor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착을 하니 티켓을 확인하고, 커피 및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자리는 선착순으로 배정되고, 무료다 보니 예매만 하고 오지 않는 분들이 많아 실제 자리 수보다 더 많은 인원의 예매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늦게 오면 제대로 된 자리에 못 앉으실 수도 있어요.
저는 다행히 중간 정도 위치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출처 : Middle East Monitor 공식 X 계정
Jim에게 북아일랜드 독립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네요 ^^
관심있어 할 만한 주변 친구들에게 다 권유를 해보았는데, 불금을 공부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는지 ,,, 다 퇴짜를 맞아 혼자 가게 됐는데, 그래도 그 자리에서 너무 다정한 노부부를 만나게 되어서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아비 슐라임 교수님이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강단에 나타나셨습니다.
보통 이러한 학술 행사의 경우, 주 강연자, 보조 강연자(있을 수도 없을 수도), 사회자로 이루어집니다. 1시간을 기준으로 진행이 된다고 하면, 30분 정도 주 강연자의 강연이 있고, 10~15분 정도 주 강연자와 보조 강연자(없을 시 사회자) 간의 대화 겸 토론이 진행됩니다. 이후 사회자가 참가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매너는 모든 질문은 강연자에게 직접하는 것이 아닌 사회자를 통해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입니다. 플로어에서 모든 담론 진행은 사회자의 통제를 따라야 합니다. 그렇게 사회자가 질문을 보통 두개에서 서너개까지 한 번에 받고, 이를 한 번에 강연자가 대답을 해줍니다.
제 경험상 이 규칙은 행사의 규모를 떠나서 무조건적으로 지켜지는 예절 같았습니다. 학생들끼리 하는 행사에서도 마찬가지구요.
이 날 강연은 아비 슐라임 교수님과 함께 버벡 대학교의 재클린 로즈(Jacqueline Rose) 교수님이 패널을 맡으셨습니다.
이 날 강연은 기본적으로 이라크계 유대인이신 아비 슐라임 교수님의 자서전 출판기념회였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이 많이 되었습니다.
슐라임 교수님께서도 강연의 첫 시작을 "이 강연을 이런 시국에 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는 말씀으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양측 간의 갈등 상황이 고조되는 원인은 양측에서 고조되는 "민족주의(Nationalism)"의 영향이라고 했습니다. 덧붙여, 민족주의와 애국주의(Patriotism)의 차이에 대해 "민족주의는 적의 존재가 필수적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슐라임 교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아랍 국가인 이라크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라는 의미로 Arab-Jew라고 정의했다고 하셨는데, 일각에서는 다소 모순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에 슐라임 교수님은 Arab과 Jew 사이의 하이픈(-)은 분리(divide)의 의미가 아니라 통합(unity)의 의미라고 표현했습니다.
중동 지역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두국가해법(two-state solution)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양국이 공존하는 두 국가로 남는 "두국가해법"이 강조되는데, 슐라임 교수님의 경우 1967년 제 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며, 사실상 정착형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는 해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슐라임 교수님은 남은 유일한 해법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이 같이 사는 민주국가 건설로 한국가해법(One-state Solution)이 유일하게 실현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얼핏 보면 한국가 해법이 더 불가능해보이지만, 두 국가 해법은 애초에 전제부터가 성립할 수 없기에 그나마 남은 해법이라는 것이 슐라임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사인도 받았습니다아,,, ㅎㅎ ,,, 이름 틀리긴 했지만 ㅎㅎ,,,
독자분들도 런던 오실 기회가 있으면 관심 가는 주제의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으실 것 같아요.
저는 런던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