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남자는 저 혼자인 직장에서 여자에 둘러싸여 일하고 있는데 정말 힘드네요. 군대 다시 온 것 같아요. 아이고.
원래 좀 여성적인 성격이고 친한 친구도 다 여자들인지라 여자들이랑 일하면 이쁨받으면서 굉장히 잘 할 줄 알았어요. 근데 생각과는 딴판이더군요.
"여기서 이런 것은 늘 남자분들이 해오셨어요", "XX씨가 남자니까 좀 해주세요." 이런 말들을 어찌나 쉽게 하는지. 결국 오는 것은 눈덩이 같은 일이더군요. 남자가 하는 일이 이렇게 많은면 도대체 제가 여기 오기 전에는 어떻게 일이 굴러갔을까요. 그리고 그 전에 그 일들을 묵묵히 다 도맡아 했다는 X신들을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합니다.
일에서 뿐만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 남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도 견디기 힘듭니다. 여자들이 많은 공간이라 작은 일도 소문이 금방 퍼진다면서 자기네들끼리는 서로 엄청 조심하거든요. 말 절대 함부로 안하고 늘 돌려 말하고 서로서로 깍듯하고... 하지만 남자인 저한테는 딴판입니다. 외모 비하는 일상이고, 늘 사람을 깎아내리는 농담하면서 자기네들끼리 깔깔거려요. 이 나이 먹고 누구한테 이런 대우받으면서 살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녀차별이 남녀 모두에게 독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자가 나대지말고 그냥 예쁘게 인형처럼 있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남성의존적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남성의존적 여성을 남성이 늘 뒤치닥꺼리 해야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가 여기서 겪는 생활을 가끔 facebook을 통해서 미국 여자 친구들에게 얘기해주는데, 다들 뒤로 넘어갑니다.
하여간... 이전에 있었던 X신들도 묵묵히 견디다 힘들어서 나간거겠죠. 저도 조만간 직장 그만 두려구요.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