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서 의대 6년 과정을 마치면 한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인기가 더 높아지는 추세다. 헝가리 의대 한국대표사무소에 따르면 헝가리 내 국립대 의대 3곳의 입학시험에 응시한 한국인 숫자는 2015년 26명에서 지난해 110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2014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이 헝가리 의대 3곳을 졸업한 한국 학생들도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헝가리 의대 졸업생 출신 11명이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했다. 국시원은 미국(13곳), 독일·영국(12곳) 등 26개국 내 96개 의과대학을 '인정 의대'로 지정해 이곳 졸업생들도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헝가리 의대의 학비는 연간 2만달러 정도. 영미권 메디컬 스쿨에 비해 최대 5분의 1까지 저렴한 편이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50%가 넘어 영어 전용 학사 과정도 갖추고 있다. 학위가 유럽연합(EU) 국가 대부분에서 인정받기 때문에 활동 범위가 넓다는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한국 학생들이 몰리면서 데브레첸대 의대 등 일부 학교는 교내에 한국 식당과 한국인 전용 기숙사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유학은 독(毒)이라는 지적도 있다. 입학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그저 의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헝가리로 떠났다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헝가리 페치대 의대를 졸업한 이모(34)씨는 "헝가리 의대에 입학한 우리나라 학생 중 30%는 유급을 하거나 현지 적응에 실패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