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Fall 2021 입학시즌에 지원한 16개의 Ph.D. 프로그램에서 전부 리젝을 받은 학생이였습니다.
석사과정 2개의 다른 토픽으로 계속 탑티어 컨퍼런스에 논문을 제출했는데, 끝끝내 publish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때문인지 지원당시에 심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고, 감히 탑스쿨부터 낮은 랭킹의 학교까지 골고루 지원했고, 몇몇 학교로부터 인터뷰까지는 이어졌으나, 결국 전부 불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석사과정 연구 계속되는 좌절, 단 한군데도 나를 뽑아주지 않았다는 자괴감, 저랑 같이 입시를 치른 친동생이 석사를 하지 않고도 Direct Ph.D. 로 칼텍과 아이비리그 등의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자기비하 등에 입시가 끝난 이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5월에 석사과정 졸업한 후에는 공부도 연구도 손 놓고 제 2의 인생, 진로를 찾기위해 석사과정을 하면서 망가진 건강을 운동을 통해 회복하고, 여러모로 로스쿨 등 다른 분야의 일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켠에는 박사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는가봅니다. 카네기멜런대학교 MS ECE과정에 Spring 시즌으로 들어갔었기에, Ph.D. 또한 Spring 시즌에 소수의 인원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카네기 공대 어플리케이션이 카네기멜런 졸업생에겐 Application Fee조차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돈도 안 들어가는거 그냥 한번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급히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을 제외한 Fall 2021 시즌에 추천서를 써주셨던 다른 두 분의 교수님과는 도통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결국 카네기멜런에서 수업을 듣고 기말미니프로젝트 했던 교수님들 두분에게 연락을 드렸고, 제가 수업시간에 했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추천서를 써 주시겠다고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그 후 SOP와 CV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시작했습니다. SOP는 Fall 2021 입학원서 접수가 한창일땐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니, 그 당시 불안한 마음이 가득해서였는지, 거의 박사입학을 구걸하는 것처럼 적혀있었습니다. 'xx학교 xx과의 xx교수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 그 교수님은 xx분야를 하시는데, 내가 학사/석사과정에서 xx연구를 했고 xx관련된 skill들에 능숙하기때문에 그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문맥이 장황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기껏 따낸 인터뷰에까지 이어졌고, 이래서 떨어졌겠구나..싶었습니다. 정작 내가 어떤 연구를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박사과정에 진학해서는 어떠한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싶은지에 대해서는 거의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어떤 것을 했고, 어떤 연구를 하고싶은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했고, 희망하는 지도교수님들에 대한 얘기는 짤막하게 썼습니다. CV역시 정말 제가 했던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 한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들로 제가 했던 연구와 프로젝트들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다시 제출하였습니다.
지원한 지 두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불합격을 예상하며 덤덤히 카네기멜런대학교에 대한 꿈을 정리하며 이정도 했으면 됐다. 제 2의 인생을 새로 시작해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주 토요일 새벽에 SOP나 어플리케이션에 같이 일하고싶은 지도교수로 선정하지 않은 교수님께 오늘 면접을 볼 수 있냐고 연락이 와서 갑작스레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제 자신에게, 절대로 전에 했던 것처럼 구걸하는 stance는 취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우선 자신이 진행하시고 계시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셨는데, 제가 이때까지 했던 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 (보안+AI) 여서 솔직히 정확히 어떤 프로젝트인지 100% 알아듣진 못했습니다. 그 후, 제가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contribute할 수 있을것 같냐고 물어보셨는데, 솔직하게 제가 보안쪽 지식과 개발경험이 전무해서 이 프로젝트 그대로 진행을 하신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것 같다. 하지만 연구방향을 약간 이런식으로 바꿀수있다면 제가 연구하면서 배웠던 AI 개발 경험과 HCI적 기법들을 사용해서 이러이러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것같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교수님은 흥미롭다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셨고, 그 후에는 제가 했던 연구들에 대해서 자세히 질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프로젝트를 하게되면 잘 할수있겠니? 라고 물으셨는데, 교수님의 원래 방향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한다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지금 당장 투입되서 일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나, 필요한 보안쪽 지식을 쌓고 랩에서 진행되는 유사한 프로젝트들을 review를 할 시간을 어느정도 주신다면 잘 할 수 있을것같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후, 교수님이 다른 미팅에 참석하셔야되서 제가 교수님께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을 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이 미팅을 끝내기전 '다음에 또 얘기하자'라고 말씀해주셨던 것이 아마도 합격을 간접적으로 넌지시 알려주셨던게 아닌가싶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지 1주일 이후에 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미국에서의 마지막 입시를 끝내게 되었습니다. 합격장을 받고나서 지난 과거의 일들이 모두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미국에서 보딩스쿨을 다닐때부터 카네기멜런대학교에 너무나도 가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카네기멜런대학교 신입학 어드미션 ED, RD에서 1,2,3지망 전공에 전부 불합격했습니다. 그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UIUC에서 1학년이 끝나갈 무렵에 편입을 도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군 입대를 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매일 일과가 끝나고 밤 12시 ~ 1시까지 연등으로 공부를 하면서 다시 편입을 준비했습니다. 전역후, 다시 편입에 도전했고 TOP 30위 이내의 학교 두군데에 합격했지만, 카네기멜런에 가기에는 역부족이였습니다. 그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석사과정에 지원해서 결국 CMU에 합격했지만, 꿈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 입학한지 두달만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고 전부 온라인으로 전환됐습니다. 석사과정이 끝나갈때쯤 카네기멜런의 3개의 박사프로그램에 지원했지만, 전부 불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합격함으로써 겨우 카네기멜런이라는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 제 20대, 제 청춘은 깨끗히 카네기멜런에 도전하는 것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어드미션 포스팅이 제가 해커스에 올릴 마지막 어드미션 포스팅이겠네요. 해커스는 저에게 아직 계속해서 꿈을 꿀 수 있다는것을 알려준 고마운 곳입니다. 이 곳에서 카네기멜런의 편입에 성공한 포스팅들, 석박사과정 입학에 성공했다는 포스팅들을 보면서 계속해서 저 자신을 동기부여하고, 그들이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그 사람들이 걸어갔던 길들을 참고하며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려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