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우주인 탑승요원 고씨의 훈련을 담당해온 러시아측이 고씨의 잇따른 보안 규정 위반에 따른 자질을 문제 삼아 교체를 요구함으로써 국제 신뢰도 추락과 더불어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소지도 안고 있다.
◆ 왜 교체됐나 = 고씨는 두 번에 걸쳐 훈련을 받고 있던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의 보안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지난해 보안 규정을 위반해 훈련센터로부터 경고를 받았으나 최근 또다시 외출시 외부로 반출할 수 없는 훈련 교재를 가지고나가자 러시아측에서 우리 정부에 교체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10일 “러시아 측이 잇따라 규정을 어긴 고씨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며 “엄격한 규율속에 생활해야 할 우주 생활에서 고씨가 또 다시 규정을 위반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과기부는 본인에게 명백한 잘못이 있고 외교 문제 비화를 우려해 10일 오전 한국우주인관리위원회를 열고 고씨의 교체를 최종 결정했다. 우주인 결정의 최종 권한은 우리 정부가 쥐고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교체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 됐다.
우리 정부가 우주인 교체를 결정함으로써 고씨는 예비요원이었던 이소연씨와 역할을 바꾸게 된다.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인개발단장은 “고씨가 교재를 외부로 가져나갔지만 제3자에게 유출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부주의로 생긴 사건”이라며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은 아니며 예비요원으로서 계속 훈련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 국제적 신뢰도 추락 불가피 = 고씨의 도중하차에도 불구, 일단 한국인 최초 우주인 배출에는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비 요원으로 선정된 이씨가 러시아 현지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요원과 똑같은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다음달 8일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한국의 신인도 하락과 위상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이유로 우주선 탑승 요원 교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인 데다 러시아 측이 교체를 요구할 정도로 고씨가 중대한 규정 위반을 했기 때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자칫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발 과정에서 신체 능력, 언어 구사 능력 등을 철저하게 검증했지만 자질 검증에는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우주인 선발협의체는 지난해 9월 우주인 후보 선발성적(30%), 러시아 전문가 평가(50%), 국내 우주과학 실험평가(10%), 종합평가(10%) 등을 반영해 지난해 9월 탑승 우주인으로 고씨를 선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