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년에 대학에 가는 고등학생입니다.
제가 미국 온지는 이제 5년이 되었고 그 5년동안 쭉 불체자로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관광비자로 들어왔고 3개월후에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문제가 생겨서 눌러앉게 되었다가 결국 관광비자기간이 지나서 이렇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언젠가는 다시 비자 회복해서 한국으로 돌아갈수 있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점점 나이가 들수록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대학을 가야 하는데 비자도 없고 소셜번호도 없어서 못갈지도 모르고 그나마 학교 카운셀러분의 도움을 빌려 대학을 갈수 있다고 해도 돈이 없어서 학비를 낼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여태껏 그냥 공부만 잘해놓으면 다 잘 될꺼야라고 들어서 기껏 좋은 성적을 유지했는데 그런걸로 남들이 받는 장학금도 못받고 뒤로 숨어서 범죄자처럼(맞긴 하지만;) 몰래 대학 수속을 밟아야 한다니...이럴꺼면 에초에 공부하고 성적관리는 왜 그리 열심히 했는지...다 필요 없는데
저보다 한참 성적낮고 아무 수상기록도 없는 얘들도 그냥 영주권을 가지고 있어서, 시민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지원도 받고 장학금도 신청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런 친구들 보면서 내 사정 이야기 할수도 없고(신고 당할까봐 무서워서..) 말을 해도 그냥 짧은 동정만 할뿐 아무것도 해결되는것도 없고..그리고 나만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억울하고 제 자신이 불쌍해서 미치겠어요.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가서 공부안하고 놀고 돈쓰고 놀때 저는 나중에 좋은 일이 있겠거니 하면서 공부만 했어요. 남들 적당한 점수 받을때 저는 꼭 100점 만드려고 남아서 재시험 치고 엑스트라 크레딧 받으려고 또 학교 남고 숙제 배로 하고 그랬는데...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는데 결국에는 공부를 잘했던 말던 그냥 안될사람은 처음부터 안되는건가봐요.
학교에서 아메리칸 드림에대해 배울때 나도 열심히 살면 나중에 대학도 들어가고 취직도 할수 있겠지 라고 기뻐하며 수업들었는데 결국 돈없으면 대학 못가고 취직못하고 평생 범죄자 취급 받고 살아야 하는거였네요.
제가 영주권 가진 얘들, 미국 시민들을 미워하는건 아니예요. 당연히 자기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럴 권리가 있고, 저는 불법으로 남에 나라에 들어와서 살고 있으니까 할말은 없지만, 할말이 없어야 하는 거지만 제가 여기 오고싶어서 온것도 아닌데,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렇게 된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죠?
부모님은 여기서 벗어날 생각도 안하시고 저는 신분때문에 일도 못하고 돈이 없어서 비자도 못받고 돈이 없어서 한국에도 못가고 돈이 없어서 여기서도 살수 없고. 추방당해서 한국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기에는 제가 깡이 없어서 못하겠고.
막노동비슷한것, 비정규직, 레스토랑 서빙 알바나 하려고 제가 살아온게 아닌데, 정말로 공부열심히 해서, 머리로 일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에서 적당한 월급받아서 적당한 집과 적당한 가족을 꾸려 사는게 제 목표였거든요. 근데 돈없고 빽없으니 남들보다 일을 더 잘하던 말던 기회도 없이 그냥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거였네요.
점점 주변에서 부터 신분 증명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또 대학 지원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아서 너무 두렵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기댈수 없고 그냥 두려움에 덜덜 떨어야 하는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해 죽겠어요.
저도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아니 하다못해 유학생 신분으로 그냥 부모님 돈걱정하고 남들같은 평범한 미래 걱정하고, 연애걱정같은 평범한 걱정을 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적어도 범죄자 취급 안당하고 능력만 있으면 적당히 돈도 벌수 있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돈이 없는건 죄인것 같아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돈이 없어서 죄인으로 살아가야 하잖아요.
에효...여기에 글을 올려도 어차피 해결되는건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저도 친구한테, 주변 어른들께, 선생님들께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익명의 힘을 빌려서 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 학교 개학 했는데 앞으로 졸업할때까지 신고 안당하고 졸업 할수 있을까...ㅋㅋ한국은 언제쯤 가볼수 있으려나...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