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에서 사람들이 편입충 편입충 조롱하고 비꼴때 난 참 웃기다고 생각했어. 어쨌든 그 많은 돈을 감당할 수준이 안된다면 당연히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루트이고 그만큼 나름의 경쟁률도 있는 법인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은 참 아니라고 생각했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한 것 같아. 편입생도 편입생 나름이고, 편입을 준비하는 기간동안 오로지 편입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 이젠 알 거 같아.
나의 경우에 편입루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가족들이 모두 함께 이민을 결정했기에 어차피 한국대학에서 학점을 쌓아봤자 인정이 안될 것이였고 최대한 빨리 미국에 와서 영어부터 늘리자는 계획이였거든. 그리고 실제로 돈을 아끼기 위해서 ESL 등 다 스킵하고 딱 2년만에 탑 주립으로 편입 성공했어. 그런데 가족들은 잘 몰랐겠지만, 내가 미국 CC를 선택한 이유는 일단 입학할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였어.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난 뭘 하고싶은지 고민만 했을 뿐 다양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대학에 가야한다는 것에만 집착했거든. 가장 관심있던 문학 도 미국에 오면서 언어장벽, 그리고 취업에 대한 걱정으로 내려놓게 됐고. 결국 GE 들으면서 선택해야겠다는 마음이였고, 사실 일과 공부 병행하면서 하루하루 살기 바빴고 방학이면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난 정말 눈앞에 쌓인 어젠다들만 해결했을 뿐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은 고민하기 조차 두려워서 그냥 미뤄왔어.
근데 그렇다고 정말 시간이 없었을까? 아니, 난 그냥 선택하기가 두려웠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을 거란 걸 기대하기 힘들었고, 당장에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것이 더 급해보였어. 생활비와 학비... 그걸 근근히 해결하면서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게 다가 아니란걸 진작에 알았지만, 난 그걸 핑계로 삼고 진로에 대한 탐색, 고민 모두 재쳐둔 채 쉬운 길만 찾았어. 진로테스트도 해보고, 여러 과목도 들어보고...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갔고 편입 지원을 할 때 부리나케 가장 무난하고 취업 잘되는 전공을 골랐고, 편입을 하고 나니 난 이미 3학년, 주변 아이들은 자신이 편입한 전공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것도 모자라, 어느 기업에 들어가서 어느 부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그 업무를 왜 좋아하는지까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고, 부리나케 대충 작성한 이력서를 들고 참석한 직업recruiting fair 에서는 freshmen sophomore 들이 빈번히 보이는 것을 보고 깨달았지. 아 난 아직 마인드가 freshman 이구나.... 아니 freshman보다 못하구나...편입생은 2년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졸업을 해야만 해. 난 그 2년 중 6개월을 써버렸고 이제 1년 반 남짓 남은 시간동안 경험과 능력과 자신감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하고.
되어야 한다는 게 슬퍼. 되고 싶은 게 아니라,
non-native speaker로써 느끼는 설움, 그렇다고 언어장벽이 사라진 한인동아리에서조차 너무나 열심히 살아온 학부생들을 보면서, 난 매일 내가 얼마나 뒤쳐져있는지, 그리고 안일하고 게을렀는지를 깨달아.
시작하기에 늦은 걸까?
아니 그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정말 지금부터 이 악물고 열심히 취업을 준비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간들 행복할까?
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르는데,
그게 해결이 안됐는데,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
정답은 학점도 아니고 대외활동도 아니고, 정말 답없는 물음들을 던지는 것 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