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사전 유출 등의 오명으로 얼룩졌던 지난 2008년 10월에 치루어진 SAT 시험을 학생들과 함께 치루며 느낀 점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다소 주관적인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시험과는 달리 다소 쉽게 느껴진 시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SAT의 Sentence Completion과 Reading Comprehension에서의 낮은 점수를 자신들의 ‘단어부족’과 ‘적은 독서량’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추론하며, 이는 일부 교육자들의 입에서도 자주 회자되곤 합니다. 그러기에 SAT를 앞둔 시점만 되면 많은 양의 단어를 외우며, 여러가지 글들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합니다.
물론 강력한 단어실력과 많은 독서량이 Critical Reading Section에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인 것은 사실이나, 여기에는 방법론적 접근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강력한 단어실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많은 독서량’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시중의 단어책을 모조리 암기하거나 학원에서 나누어주는 SAT 단어 리스트를 전부 외우는 것이 단어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이 방법의 문제점은 그 성취여부가 전적으로 학생 본인의 능력에 달려 그 책임이 교육자에서 학생 본인에게 전가되는 것이고, 문제풀이 중심의 SAT 공부의 선행조건인 어느 정도의 단어실력이 결여가 된다는 점에서 그 논리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정작 단어실력 향상에 대한 진정한 방법은 도외시하고, 그 다음단계부터 접근하는 것은 단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학생만을 위한 것이 되고, 더 엄격히 이야기하면 그 나머지 학생들은 지루하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종종 공부잘하는 학생들의 들러기가 되기도 한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경험상 아무리 어려운 단어라도 그 의미나 용례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3분을 넘어가는 경우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근시안적으로 접근하여 단순 암기식으로 그것을 체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해를 선행하지 않은 암기식 공부는 빠르면 시험이 끝나면 거의 잊어버리고 말게 되어 그 생명력은 거기서 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몇 가지 응용과정만 거친다면 그것을 직접 자신의 말과 글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특히 한인 유학생 사이에 팽배한 고급단어 암기의 맹점은 기본단어를 도외시한 기초없는 날림공사를 하게 되어 다수가 SAT reading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suggest란 단어를 물어보면 늘 하는 대답은 '제안하다'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문맥에서 자주 사용되는 의미는 to show indirectly의 의미입니다. 이와의 동의어는 광범위하게 말하자면, to imply, to intimate, to hint, to represent, to display 등이 있을 것이며 이중 intimate은 흔히 많은 사람들이 adjective의 의미인 close, familiar의 의미만을 알기에 시험 출제자들이 좋아하는 이유이고 간접적으로는 Homograph라는 concept을 물어보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정확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하지않은 단순한 다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또한 학교나 집에서 독서하는 식으로는 SAT란 시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안에 정확하게 읽고 많은 정보를 두뇌에 모두 저장하여 필요할 때 자유자제로 출력할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하겠지만, 인간의 두뇌력에는 한계가 있고 역시 시험은 자신을 시험에 적응하는 것이지 시험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SAT 말고 다른 여러가지 시험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그 문제들의 유형입니다. 불행히도 많은 학생들이 지문 자체에는 충실하지만 오히려 문제 그 자체는 덜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학생이 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며, 읽고 난후 오히려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심리적 상황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독하는 것을 저해하게 되어 출제자들의 함정에 자주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문을 아주 정독으로 읽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