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분해서 글이 두서가 없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박사 3년 차이고,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생들 간의 경쟁, 시기, 뒷담화, 교수의 차별…
여기저기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
학식과 인격이 절대 비례치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던 사례들이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는 정도로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한다는 생각에 꾹 참고, 학위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현재는 연구 관련 야외조사 때문에 산 속에 와 있습니다.
10개 학교와 두 개의 연구기관에서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끼리,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기에, 교수들, 포닥들, 대학원생들 대략 한 40명 정도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별의 별 스트레스가 다 있지만, 오늘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서 글 올립니다.
비슷한 측정을 하는 사람들끼리 자료 비교를 하기 위해, 주로 남자들이 묵는, 하지만 제일 큰 숙소이기에 거실이 거의 컨퍼런스룸 처럼 이용되는, 숙소에 갔습니다. 우리 방 포닥이랑 데이터를 보면서 열심히 디스커션을 하고 있었지요. 다른 쪽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잠시 틈을 타서 닌텐도 오락 –슈퍼마리오-를 하다가 말더군요. 그러자, 그 게임 케릭터가 등을 돌리고 앉아서 졸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본 앞쪽에 앉아 있던 영국에서 온 포닥이 갑자기 저질스러운 농담을 했습니다.
‘마리오가 스스로 blow job을 한다’고… -_-
진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저만 여자…
서른줄 넘은 나이가 부끄럽게 순진한 저인지라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고 해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지고,
그 포닥은 그런 나를 똑바로 보면서 계속 연달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니 말을 알아 듣는다는 게 참으로 싫구나.’라며, 넌지시 그만하라는 말투를 내비쳤습니다. (좀 더 세게 말했어야 했는데, 화내고 협박하는 영어는 정말 모르겠더군요…)
그러자 그 자식이 재미를 붙였는지… 저질스런 농담을 계속 하는 겁니다.
길어서 좋겠다는 둥… 여자들이 좋아하겠다는 둥…
그러자 테이블 모서리에 있던 다른 이탈리아에서 온 포닥도 거들더군요. 너무 길면 여자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고…
그들의 대화가 오가는 중 ‘stop it’을 몇번을 외쳤는지 모릅니다.
결국, 저랑 얘기하던 미국 포닥마저 웃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제가 너무 순진하고 예민하게 반응한 거 같아서, 여자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친한 미국인 여자애한테 얘기를 했습니다. 이게 문화적 차이냐고… 난 너무 역겹다고… 남자들끼리도 아니고 버젓이 내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냐고… 한국 같았으면, 언어 폭력으로 고소했을 거라고… 그러면서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더군요. 그 동안 별의 별 일이 있어도 남들 앞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았는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더군요.
그 친구는, 니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니가 잘 못한 건 하나도 없다며, 예민했다고 생각지 말라고 위로하더군요. 원하면 고소하라고, 이 곳도 그런 게 있다고…
고소까지야 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내일 얼굴 볼 생각에 불쾌하고, 퉁퉁부은 눈으로 자려고 누웠어도 잠이 안 옵니다. 나름 학부도 석사도 남자들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별의 별 꼴 다 보면서 지냈는데, 이렇게 노골적 인적은 처음입니다. 여자로 태어나 이렇게 약자라는 사실이 분합니다.
어떻게 하면 제 마음을 잘 다스리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요?